지난달 7일 한 가정에 난입해 아이들 앞에서 어머니를 둔기로 때려 중상을 입히고 아버지를 살해한 윤모(33)씨가 12일 서울 신정동 양천경찰서로 압송되면서 한 말이다.
윤씨는 지난 5월 전남 순천교도소를 출소했다. 강도·강간 등의 죄목으로 14년6개월간 징역을 살았다. 형 집에 얹혀살던 그는 6월 신월동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으로 거처를 옮겼다. 공단은 전과자가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법무부 산하기관이다. 윤씨는 철거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지난달 7일 윤씨는 일거리를 찾아 양천구 일대를 배회했다. 새벽에 나섰지만 일감이 없었다. 오후 5시45분쯤 신정동 주택가 구멍가게에서 막걸리를 샀다. 인근 놀이터에서 10여분 만에 한 병을 비웠다. 오후 6시쯤 놀이터 맞은편 2층 건물 옥탑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한 가족이 텔레비전을 보며 웃는 듯했다. 윤씨는 그 집으로 올라갔다. 짊어진 가방에는 망치 등 작업 연장이 들어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갔다. 장모(42·여)씨가 남매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윤씨는 가방에서 꺼낸 둔기로 장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비명을 들은 남편 임모(42)씨가 안방에서 뛰쳐나왔다. 윤씨는 흉기로 임씨를 두 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임씨는 구급차 안에서 과다출혈로 숨졌다.
윤씨는 둔기와 모자, 혈흔, 머리카락, 지문, 담배꽁초를 현장에 남겼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하고 방범용 감시카메라 녹화 영상을 분석했다.
윤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쯤 신월동 도로에서 붙잡혔다. 범행 당시 상의와 운동화를 그대로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6~7㎞ 떨어진 공단에 거주하며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새벽에 나가 밤늦게 귀가하는 데다 뉴스를 보지 않아 경찰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했다.
윤씨는 “(범행 당시 나는) 전과자를 보는 시선이 따갑고 취직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힘들어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다”며 “목숨을 버려서라도 피해자 가족에게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숨진 임씨의 아내는 입원치료를 마치고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오랜 수형생활을 한 출소자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사회적 박탈감과 불안감을 느낀다”며 “윤씨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과 전과자 차별에 대한 불만이 뒤섞여 극단적인 공격성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 교정기관과 기업이 연계해 출소자 갱생사업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