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친구의 목숨 구한 뒤 자신은 숨진 50대 남자의 진한 우정

단짝친구의 목숨 구한 뒤 자신은 숨진 50대 남자의 진한 우정

기사승인 2010-09-15 18:05:00
50대 남성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단짝 친구를 구한 뒤 정작 자신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 남구는 이 남자의 의사자 지정을 추진중이다.

개농장을 운영하는 김모(56·광주 진월동)씨가 50년 지기 친구 이모(56·광주 임암동)씨로부터 “지게차가 논 두렁에 빠지려고 하니까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8일 오후 6시35분쯤.

30여m 떨어진 곳까지 단숨에 달려간 김씨는 친구 이씨가 농기계를 가득 실은 지게차를 몰고 좁은 농로를 빠져나오려다 경사진 지점에서 지게차 한쪽 바퀴가 농로를 이탈하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지게차가 중심을 잃고 논두렁으로 곤두박질하게 되면 몹시 난감한 상황이었다.

콤바인을 이용해 지게차를 농로 쪽으로 끌어 올리면 되겠다고 판단한 김씨는 서둘러 두 농기계를 밧줄로 꽁꽁 묶은 뒤 콤바인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 순간 불행하게도 무게중심을 잃은 콤바인이 갑자기 옆으로 넘어지면서 운전석에 앉아 있다가 함께 쓰러진 친구 이씨의 목 부위를 덮치는 위험천만한 일이 생겼다.

구조가 늦어질 경우 이씨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일이 악화된 것이다.

김씨는 황급히 트랙터를 동원해 옆으로 쓰러진 지게차를 어렵사리 1m 정도 들어올렸고 차체에 깔려 의식이 희미해져가던 이씨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는 데도 무사히 성공했다.

김씨의 필사적 구조로 한동안 호흡을 하지 못했던 이씨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으로 옮겨진 얼마 후 의식을 회복했다. 하지만 단짝친구 사이인 이들의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씨를 끌어안은 채 혼절한 김씨가 다시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을 거둔 것이다.

죽음과 맞바꾼 김씨의 마지막 우정에 얽힌 사연은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당시 가정불화로 이혼한데다 당뇨 합병증까지 얻어 곤란한 처지였다.

결국 숱한 고민과 방황 끝에 무작정 고향을 찾았고 그런 김씨를 동네 코흘리개 친구사이로 지내온 이씨가 반갑게 맞아 들였다.

이씨는 자신의 땅에 100여㎡ 규모의 축사를 지어 60여마리의 개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등 그동안 김씨가 재기하도록 헌신적으로 도왔다.

단짝 친구로 50년 넘게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김씨와 이씨.

자신의 단짝을 구해낸 김씨는 가장 어려울 때 값진 우정을 발휘해준 자신의 친구가 무사히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그만 저 세상으로 떠났다.

광주 남부경찰서 최양수 형사는 “당뇨와 고혈압을 앓았던 김씨가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많은 힘을 쓴 탓으로 돌연사한 것 같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숨진 김씨는 10일 낮 광주 북구 모 화장터에서 한줌의 재로 산화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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