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한국이 일본을 꺾고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청소년월드컵에서 우승한 26일(이하 한국시간) 양국 풍경은 판이하게 엇갈렸다. 한국 언론과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오른 반면, 일본의 경우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했다.
국내 네티즌들은 이날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 하슬리크로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3대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대4로 이겨 우승하자 환희와 축하의 게시글들을 쏟았다.
열악한 환경과 무관심 속에서 남자 성인대표팀도 쉽게 넘보지 못했던 FIFA 주관 대회 우승을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이룩한 U-17 여자대표팀에 격려를 아끼지 않은 국내 네티즌들은 이제 선수들에 대한 포상과 유니폼에 별 문양(우승팀의 상징)을 새길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통상 유니폼의 협회 문장 상단에 위치하는 별 문양은 출전 대회별 우승 횟수를 과시하기 위해 새긴다. 남자 성인대표팀의 경우 월드컵 우승 여부에 따라 별 문양 개수를 수놓는 만큼 U-17 여자월드컵 우승이 대표팀 유니폼 전체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또 경기 결과 외에도 한국 미드필더 이유나(16·강일여고)와 일본 미드필더 나카다 아유(17·토키와기학원·이상 사진)의 미모 대결까지 벌이며 우승 감격의 여진을 이어갔다. 두 선수 모두 귀여운 외모를 지닌 탓에 남성이 대부분인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주가를 올렸다.
이번 경기의 국내 시청률은 16.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일요일 오전 7시에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여섯 번째 키커로 우승을 확정지었던 오전 9시40분쯤에는 시청률이 28.7%로 치솟았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우승 순간을 지켜본 셈이다.
반면 일본의 반응은 싸늘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우승 도전과 한국과의 라이벌전이라는 두 가지 흥행카드 탓에 후지TV가 생중계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일본 언론들은 경기가 끝난 뒤 단신 기사만 내보내며 대조적 반응을 보였다. 현지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일본의 준우승을 머리기사에서 제외했다.
일본 네티즌은 자국 선수들에 대한 격려 대신 힐난을 퍼부었다. 라이벌 한국에 졌다는 점이 화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표 커뮤니티사이트 2채널(2ch.net) 네티즌들은 “준우승도 대단한 성과지만 한국에 져 기뻐할 수 없다(W3Bs****)”거나 “우승을 떠나 한국에는 지지 말았어야 했다(C6yBG****)”며 격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