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을 구하라”…날려버린 연락처 1200개 복구에 트위터 ‘들썩’

“유상철을 구하라”…날려버린 연락처 1200개 복구에 트위터 ‘들썩’

기사승인 2010-09-28 16:34:00

[쿠키 스포츠] 휴대전화에 저장한 지인의 연락처를 실수로 모두 삭제했다면 어떤 기분일까. 두 말 할 필요 없이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기분일 것이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유명인의 경우라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

축구국가대표 출신 유상철(39·사진) 춘천기계공고 감독에게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유 감독은 추석연휴 기간 중 최근 구입한 스마트폰을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1200여 명의 연락처를 모두 잃어버렸다고 한다.

한 팀을 총괄하는 지도자로서 인맥 관리의 기본인 연락처를 모두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자칫 치명적일 수 있다. 감독과 선수 등 교류가 많은 축구계 관계자의 연락처라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복구할 수 있겠지만 방송과 사업 등에서 알게 된 사람들의 것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욱이 1200명에 달하는 연락처를 직접 수소문해 복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네티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방송사 PD를 통해 27일 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트위터’에 글을 적어 퍼뜨렸다.

‘유상철 감독이 전화번호 1200개를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유 감독을 아는 분이 이를 보고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할 수 있도록 무한 RT(ReTweet: 트위터 글을 퍼뜨리는 행동). 유 감독은 지금 패닉상태(입니다). 자, 한 번 힘을 모아주세요.’

단 몇 명의 지인이라도 이를 보고 먼저 연락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적은 글이었다. 글은 순식간에 퍼졌다. 특히 연락처 복구에 직접 도움을 주는 한 명에게 유 감독의 사인을 담은 축구화를 주겠다는 현상공모까지 벌어지자 트위테리안(Twitterian: 트위터 이용자)들은 더 빠른 속도로 글을 퍼뜨렸다.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하루 지난 현재까지 유 감독에게 먼저 연락한 사람은 단 한 명. 한 방송사 PD가 트위터 글을 보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유 감독의 지인 대부분이 트위터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축구계 관계자들인 탓에 효과가 미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유 감독은 그러나 자신을 위해 힘을 보태준 네티즌들의 뜨거운 사랑에 감동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28일 전화통화에서 “연락처를 모두 잃어버려 답답한 상황에서 열심히 도와준 네티즌들 덕분에 힘을 얻었다. 정말 감사하다”며 “인터넷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유 감독이 하루 간 복구한 연락처는 불과 20~30건. 그가 남은 1100여 건의 연락처를 되찾으려면 당분간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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