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한국과 일본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첫 대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판이하게 엇갈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국은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내용 탓에 고개를 떨어뜨린 반면, 일본은 이기기라도한 듯 한껏 허세를 부리고 있다.
일본 “한국, 별 것 아니네”…이긴 듯 허세
한국과 일본은 1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간 친선경기에서 0대0으로 비겼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런 경기였다.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대1로, 지난 5월 평가전에서 2대0으로 잇따라 격파했던 일본을 우리 안방으로 다시 불렀으나 압도하기는커녕 경기 내내 답답한 경기력만 보여줬다.
한국의 부진은 오른쪽 무릎 통증 재발로 결장한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백과 이로 인한 중원 전력의 약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남아공월드컵에서 9위로 선전한 뒤 알베르토 자케로니(이탈리아) 감독을 선임하며 탄력 받은 일본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은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패배를 안겼던 파라과이와의 9월 리턴매치에서 설욕에 성공했고 지난 8일에는 아르헨티나까지 1대0으로 물리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런 일본에 마지막 남은 과제는 올해에만 2연패를 안겨줬던 한국을 이기는 것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비록 설욕에 실패했지만 절대열세였던 한국과의 판세를 다시 경쟁구도로 바꾸며 팽팽한 균형을 되찾았다.
일본 언론들은 승리라도 한 듯 허세를 부렸다. 13일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한국을 압도했다(산케이스포츠)’거나 ‘아시아 정복을 노리는 한국을 막았다(스포츠나비)’는 제하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일본의 주장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는 “한국은 별 것 아니었다. 이겼어야 했다”며 도발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후지TV가 집계한 한일전 중계방송의 자국 시청률은 26.8%. 아르헨티나전(19.6%)보다 7.2%나 높은 수치를 가리켰다.
“아우들아, 미안해”…일본 압도했던 흐름도 ‘뚝!’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경기가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최근 남·녀 청소년대표팀까지 가세해 일본을 압도했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청소년월드컵 결승전(3대3·PK5대4 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청소년선수권대회 8강전(3대2 승)에서 모두 일본을 물리쳤다.
여자 청소년월드컵의 경우 양국 모두 첫 FIFA 주관대회 우승을 노렸던 탓에 단순한 라이벌전 승리 이상의 기쁨을 누렸다. 올해 일본과 벌인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2골 차로 이겼던 성인대표팀의 흐름을 동생들이 이어받았던 것이다.
오랜 시간 팽팽한 균형을 이뤘던 일본과의 판세도 이렇게 한국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이번 경기에서 고전 끝에 겨우 비긴 탓에 양국의 축구판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올림픽대표팀(U-23) 전력으로 출전하는 다음달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양국은 재대결할 가능성이 높으나 성인대표팀 간 승부로 완벽하게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아시안컵이 열리는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