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그라비아 모델로 데뷔한 뒤 TV와 라디오, 잡지 등 각종 매체를 종횡무진 누비며 섹시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아이카와는 지난 8월23일 기자회견에서 돌연 프로레슬링 전향을 발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었다. 물론 그에게 돌아온 것은 대중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지난 8년 간 카메라 앞에서 섹시한 몸짓만 보여줬던 그가 과격한 남성 스포츠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잊혀져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이나마 되돌리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냉랭한 시선도 두 달 만에 사라졌다.
아야카와는 지난 31일 일본 도쿄 신기바에서 열린 여자 프로레슬링 데뷔전에서 세계 챔피언 출신 다카하시 나네(32)를 쓰러뜨렸다. 링 위에 등장한 그에게서 과거 귀여운 수영복 모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사, 바로 그 자체였다.
그라비아 모델로 데뷔한 뒤 8년간 태권도로 단련했고 지난 6개월간 혹독한 프로레슬링 훈련을 받았던 그는 이날 로킥과 미들킥, 하이킥 등 발차기를 자유롭게 구사했고 고난도 기술 바디프레스로 승부를 갈랐다.
아야카와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리자 링 위에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흐르는 눈물을 코피와 함께 훔치는 그의 모습에 일본인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관중은 442명에 불과했으나 그의 프로레슬링 데뷔전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현지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네티즌들은 “경기를 보니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진지하게 (프로레슬링을) 시작했다면 응원하겠다(nee*****)”거나 “기량은 아직 부족해보이지만 말만하고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낫다(end*****)”고 응원했다. 성희롱에 가까운 비난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네티즌은 쉽지 않은 도전을 실행한 아야카와의 투지에 박수를 보냈다.
아야카와는 일본 ‘스포츠나비’와의 인터뷰에서 “내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고 데뷔전 소감을 밝힌 뒤 “찬사와 응원에 프로레슬링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