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초능력자’의 ‘미친 존재감’ 두 외국배우를 만나다

[쿠키人터뷰] ‘초능력자’의 ‘미친 존재감’ 두 외국배우를 만나다

기사승인 2010-11-10 11:39:00

"[쿠키 영화] <방자전> <해결사> <부당거래>에서 어눌한 말투와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휘어잡은 ‘거물급 신인’ 송새벽.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명품 조연’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이는 성동일. 이들에게 붙는 수식어는 ‘미친 존재감’이다. 그런데 <초능력자>에도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큰 웃음을 선사한 신인 배우들이 있다. 터키에서 온 에네스카야(27)와 가나의 ‘엄친아’ 아부다드(25)다.

에네스카야와 아부다드는 극중에서 폐차장에서 일하는 순박한 ‘임규남’(고수)과 진한 우정을 쌓으며 극한의 순간까지 걸어가는 동지 ‘알’과 ‘버바’로 나온다. 초반 한국어 후시 녹음을 했을 것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둘의 한국어 실력은 출중하다. 한국인만큼 구수하고 맛깔나게 표현하는 언어 구사력으로 인해 관객은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알’이 “형, 세금 왜 내? 그런 사람들 해결해주라고 내는 거야”라며 국내 사회의 병폐와 현주소를 꼬집은 부분에서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두 사람은 자칫하면 무거워지거나 비현실적 내용으로 흘러갈 수 있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균형감을 잡을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줬다.

10일 개봉한 <초능력자>(감독 김민석)에서 제 몫을 십분 발휘한 두 배우를 만나봤다. <초능력자>는 태어날 때부터 눈으로 사람을 조정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초인’(강동원)과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했던 순진무구한 청년 ‘임규남’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에서 두 사람이 보여준 한국어 실력을 보니 인터뷰를 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됐으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었다. 질문 하나를 하는데 시간이 배가 걸릴 것 같았고,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대면하자마자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에네스카야는 한국에 산지 8년이 접어들어 극중보다 훨씬 더 한국어 실력이 뛰어났다. 아부다드는 한국어를 배운지 1년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웬만한 의사소통에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연기는 처음 도전하는 분야라 어색해서 한국어가 서툴게 나온 것 같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모습에서는 한국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는 두 사람, 이번 작업이 어땠을까.

“하기 전에는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들었죠.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는 거라 두렵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대본을 받아 보니까 스토리나 캐릭터가 재밌었고, 힘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남의 대사까지 외우면서 나름대로 장면을 상상하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감독님이 편하게 연기하라고 하셔서 한결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에네스카야)

“대사는 괜찮았는데 미묘한 한국어의 차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어요. 제가 경상대학교를 다니면서 부산 사투리를 배웠는데 극중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캐릭터였거든요. 서울말을 배우고 다시 부산 사투리 그리고 충청도 사투리까지…. 2년도 안 돼서 세 가지를 동시에 배우니 정말 헷갈렸습니다(웃음).”(아부다드)



두 사람의 이력은 극중 캐릭터 만큼이나 독특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002년 한국으로 유학을 온 에네스카야는 1년 6개월 정도 한국어를 배운 뒤 한양대학교 정보기술경영학과에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국내 건설회사 해외 사업부에서 일하면서 사회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에는 FC 서울 감독으로 부임했던 터키 출신 세뇰 기네쉬의 통역사 겸 매니저로 1년 정도 활동했다. 방송 경험도 있다. 2007년에는 전통문화 재발견 프로젝트라는 콘셉트로 진행된 MBC ‘느낌표’ 코너 ‘다시보기’에 출연했으며, KBS ‘미녀들의 수다’ 추석 특집 편에도 얼굴을 보이며 예능 감각을 과시했다.

아부다드는 가나에서 과학전문대학교로 가장 유명한 과미 인크루마 과학시술대학교에서 의생명과학을 전공한 인재다. 졸업한 뒤 심장외과를 공부하려고 한국행을 택했다.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중국, 스웨덴, 한국에서 정부 장학금 제안을 받았다. 3개국 중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한국을 선택했다. 현재 경상대학교 생화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에네스카야는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김민석 감독이 조연출로 활약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흥미롭게 봤던 터라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게 영광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5번 정도 봤어요. 그만큼 재밌게 봤었는데 그 작품의 각본과 조연출을 담당한 감독님의 작품이라고 하니 정말 출연해보고 싶었죠. 실제로 만나서 작업해보니 늘 마음을 편하게 즐겁게 만들어주셔서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어요. 까칠한 제 성격도 극중 캐릭터랑 잘 맞아서 흡족했고요. 무엇보다 터키인으로 나오게 돼서 기뻤습니다(웃음).”

에네스카야와 아부다드가 맡은 역할은 당초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캐릭터였다. 김 감독은 이들과 작업을 하면서 이들의 실제 성격을 많이 반영하게 됐고, 의외로 연기를 곧잘 해 캐릭터 수정까지 하게 됐다. 그러면서 남자주인공 ‘임규남’과 맞붙는 장면이 늘어났다. ‘알’이 유토피아 사무실 문을 딸 때 ‘임규남’에게 던졌던 “인내심을 가집시다”라는 대사는 에네스카야가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원래는 조용하고 진지한 캐릭터였는데 하면 할수록 대사가 늘어나더라고요(웃음). 제가 서툰 부분은 감독님이랑 고수 형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고요. 사실 고수 형에 대해서는 작품을 찍기 전에는 잘 몰랐어요. 처음에는 왠지 ‘접근하기 어려운 배우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막상 연기해보니 정말 성격 좋으시더라고요. 대본 리딩할 때나 연기할 때 부족한 부분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집에 가면 문자에 전화까지 해주고…. 형님과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에네스카야)



아부다드와 에네스카야는 대형 화면에서 자신의 얼굴이 나왔을 때 환희를 잊지 못했다. 두 사람은 자신이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배우’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선보인 것에 대해 기뻐하면서도 즐거워했다.

“고려대학교 어학당 친구들이랑 연극을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도 시사회 때 초대했어요. 선생님께서 연극할 때보다 훨씬 더 잘했다고 칭찬해주셔서 기분 좋았습니다(웃음). 여러 모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기쁘고요.”(아부다드)

“친형도 한국에 산지 1년6개월 정도 돼서 불러서 같이 봤고요. 연기 수업을 함께 받았던 동생도 불렀고요.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웃음). 3일 VIP 시사회가 끝나고 회식을 하러 갔는데 스태프도 많이 격려해줘서 뿌듯했고요. 거기 식당에 있었던 분들도 알아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기쁘면서도 얼떨떨했어요. 저희도 완성된 작품은 그날 처음 봤거든요. 우리가 화면에 나온 것도 신기하고 관객이 크게 웃어주니까 더욱 즐거웠고요. 웃긴 대사나 장면이 나오면 그때 생각이 많이 나서 실컷 웃었습니다.”(에네스카야)

평범한 유학생이자 사회인인 두 사람. <초능력자>로 연기 맛을 본 만큼 앞으로도 연기할 기회가 주어지면 적극적으로 나서볼 계획이다. 에네스카야는 이번 출연을 계기로 연기자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싶어 했다.

“공부하면서 연기까지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기쁘고요. 기회가 된다면 정우성 행님과 꼭 한 번 연기해보고 싶습니다(웃음).”(아부다드)

“한국에 8년째 살고 있는데 터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정이 많이 들었고요. 이렇게 연기자로 활동할 수 있어서 즐겁고요. 기회가 된다면 터키와 한국의 문화 교류를 이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네요. 되도록 이름을 많이 알려서 두 나라의 우정을 쌓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에네스카야)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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