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군대 오지마! 한반도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 故 문광욱 이병이 친구에 쓴 글 ‘눈시울’

“친구야, 군대 오지마! 한반도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 故 문광욱 이병이 친구에 쓴 글 ‘눈시울’

기사승인 2010-11-24 02:55:00

[쿠키 사회] “한솔아, 군대 오지 마. 한반도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

북한군의 연평도 해안포 공격으로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에 졸지에 하늘나라로 간 문광욱(20) 이병. 그가 절친한 친구 (김)한솔의 미니홈피에 남긴 사연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고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껴입어도 춥고, ‘잘한다’ ‘예쁘다’ 칭찬해줘도 외로운 이등병. 이등병 문광욱은 요즘 군이 좋아졌다지만 그래도 얼마나 고달픈지 알고 있는 군 선배이기에 군대에 오지 말라는 표현으로 친구에 대한 우정을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조국에 대한 사랑도 잊지 않았다.

문 이병은 “부끄럽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자랑스럽고 또 자랑스럽다. 고된 훈련 마치고 내무반 들어와서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선임병들 눈치 보며 온갖 잡무에 시달리지만 조국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생각하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는 “군 생활이 너무 힘들어 오지 말라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어엿한 대한민국 군인이기에, 그것도 조국의 최전방에서 5000만 국민이 등 뒤에서 나를 믿고 있는 연평도 해병대이기에, 사랑하는 친구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고 전했다.

문 이병이 친구 한솔이에게 글을 남긴 것은 지난 20일. 북한군의 포탄 공격으로 숨지기 3일 전이다. 그러나 문 이병의 짧은 글은 결국 친구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말았다. 문 이병이 친구에게 남긴 글은 한 네티즌이 찾아내 인터넷에 올렸다.

(기자가) 미니홈피에 남아 있는 전화번호를 찾아 한솔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울고 있었다. 그는 “예, 예, 저 광욱이 친구 맞고요, 그 메시지도 (광욱이가 쓴 것) 맞아요”라며 말끝을 맺지 못했다.

“친구분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지만…” 하고 힘들게 말문을 열자 한솔군이 먼저 말을 끊었다. “저기요, 죄송한데 나중에 하시면 안 될까요, 나중에.” 더 이상 아무 질문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문 이병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짧지만 너무나 슬픈 사연입니다’ ‘오늘 북한군의 공격을 더 가슴 아프게 만듭니다’ ‘그곳에선 전쟁 없고 평화롭게 사시길’ ‘눈물이 나네요’ 등의 글을 올려 문 이병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한편 문 이병의 아버지 문영조(47)씨가 해병대 홈페이지에 올린 응원 메시지도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문씨는 지난 9월 아들이 동기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아래 댓글로 “광욱아 무더운 여름 날씨에 훈련 무사히 마치느라 고생했다”며 “푸른 제복에 빨간 명찰 멋지게 폼나는구나. 앞으로 해병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하면서 건강하게 군복무 무사히 마치길 아빠는 기도할게. 장하다 우리 아들 수고했다”라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은 이젠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문 이병의 가족들은 비통한 소식에 울음을 참지 못했다.

전북 군산시 수송동 S아파트 문 이병의 집에는 비보를 듣고 급히 귀가한 아버지 문씨와 어머니, 여동생, 큰아버지 영구(57)씨 등이 믿기지 않은 소식에 망연자실해 있었다.

문 이병 가족들은 “서둘러 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1학기를 마치고 곧바로 군에 지원한 광욱이가 몇 시간 전에 전사했다고 군으로부터 공식 통보받았는데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광욱이는 2남1녀 가운데 차남으로 평소 성격이 쾌활하고 착해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면서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광주=장선욱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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