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빛낸 그녀들의 아찔한 변신이 시작됐다. 땀으로 가렸던 미모를 메달로 밝힌 뒤 대중적 인기를 거머쥔 이슬아(바둑)와 정다래(수영·이상 19세), 손연재(16·리듬체조) 등 이른바 ‘광저우 얼짱 스타’들은 섹시 콘셉트도 마다않는 당돌함으로 잠재된 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나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화보촬영이다. 첫 테이프는 이슬아가 끊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바둑에서 금맥 두 곳을 뚫으며 얼짱 스타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그는 지난 20일 공개된 남성잡지 ‘맥심’ 2011년 1월호 표지사진으로 뭇 남성들의 폭발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잠재된 상품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8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출정식에서 가수 아이유(17)를 닮은 외모로 처음 주목 받았고 이후에도 은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유지하며 남성들의 소녀 판타지를 자극했다. 이번 ‘맥심’ 화보에서는 바니걸 콘셉트 등 도발적 의상을 소화하며 관능적 매력까지 발산했다.
‘4차원 소녀’ 정다래도 지난 21일 스타일 매거진 ‘하이컷’ 43호 메이크업 화보로 성인식을 치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를 차지한 그는 수영으로 다진 몸매와 170㎝의 큰 키,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마니아 팬들을 불러 모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물 속에서 보내는 탓에 화장을 즐기지 않지만 이번 화보에서는 ‘크리스마스 걸’ 콘셉트의 스모키 화장으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뽐냈다.
광고시장에서는 손연재의 활약이 돋보인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동메달)을 수확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그는 최근 유명 화장품과 의류 모델로 잇따라 발탁되며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한국식 나이로 20세인 이슬아, 정다래와 달리 10대 중반을 갓 넘긴 그는 김연아(20·피겨스케이팅)를 뒤잇는 차세대 소녀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직 소녀에게만 주어진 힘, 그러나…
이들의 인기는 관련 종목의 동반 성장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김연아가 그랬다. 국내에서 피겨스케이팅은 한국계 미국 선수 남나리(25)가 전미선수권대회 2위에 올랐던 1999년 반짝 인기를 얻었을 뿐 비인기종목에 불과했으나 김연아의 등장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던 지난 2월부터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내년 3월까지 1년 넘게 부재 중인 데다, 확실한 후발주자가 나타자지 않아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현재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빙상장 건립 등의 사업을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런 현상은 김연아가 소녀이기에 가능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스포츠 소비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상황에서 비인기종목에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 주종목으로까지 끌어올리는 힘은 오직 소녀에게만 주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슬아와 정다래, 손연재에게도 같은 기대가 모아진다. 물론 이들도 종목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나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으로 높아진 현재의 관심은 종목보다 스타 한 명에게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이슬아가 자신은 물론, 바둑의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베테랑 기사들도 호응하고 있다”며 “그러나 바둑계 전체로 파급됐다고 보기엔 어렵다. 기원 등록자 증가 등의 현실적 성장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