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차범근(57) SBS 축구해설위원의 은근한 부정(父情)이 따뜻한 미소를 선사하고 있다. 2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스코틀랜드에서 데뷔 골을 터뜨린 아들 차두리(30·셀틱)로부터 전화를 받자 귀찮다면서도 흐뭇하게 적은 짧은 글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차 위원은 이날 오전 3시쯤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C로그(c.cyworld.com/23411668)’를 통해 “짜식, 뭐 그깟 골 하나 넣었다고 자는데 새벽에 전화해서 깨우고 난리야…흐흐흐흐”라고 적었다. 앞서 오전 0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파크에서 열린 세인트 존스톤과의 2010~2011시즌 정규리그 19라운드에서 데뷔 골을 터뜨린 차두리로부터 직접 소식을 전해듣고 다급히 C로그에 글을 적은 것으로 보인다.
차두리는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시간 1분 상대 진영 오른쪽을 돌파하다 골문 앞으로 방향을 바꾼 뒤 왼발로 감아 차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6개월여 만에 터뜨린 마수걸이 골이다. 수비수인 만큼 그동안 득점 기회가 부족했으나 이날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중계방송 해설자로 활약했던 차 위원은 당시 대표팀 주전 수비수로 출전했던 차두리에게 더 혹독한 기준으로 질책하고 칭찬을 아꼈던 냉정한 아버지였다. 그러나 대회를 마친 뒤에는 “차두리의 실수 때(6월23일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고 고백하는 등 은근한 부정으로 아들을 감싸왔다.
이번 C로그 글도 잠을 깨운 아들에게 불평(?)하는 듯 보이지만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기쁨을 잔잔하게 내보이며 네티즌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차 위원의 C로그에 방문한 네티즌들은 “속으로는 좋으면서 싫은 척 한다(박**)”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 네티즌은 “(차 위원의 글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하고 싶을 말일 것(박**)”이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