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2년 첫 국정 연설에서 안보 예산 두 배 확충을 거론하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들의 대량살상무기를 막아야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의 시선에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였다. 이때 부시 전 대통령은 이들 국가에 ‘악의 축’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8년 흐른 지난해 4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1년 아시안컵 조 추첨 행사에서 ‘악의 축’ 국가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함께 D조에 편성됐다. 국제 대항전에서 이들이 한 조로 묶인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행사장에서 씁쓸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의미심장한 조 편성이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인들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D조를 단순한 ‘죽음의 조’가 아닌 ‘악의 축 더비’라고 부르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이라크와 전통의 중동 강호 이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국 북한이 같은 조에 모였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다. ‘악의 축 더비’가 11일 시작됐다. 북한과 UAE는 카타르 스포츠클럽(한국시간 오후 10시15분)에서, 이란과 이라크는 알라이안 스타디움(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15분)에서 각각 격돌한다.
앞서 한국(C조)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이상 B조) 등 우승후보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여준 만큼 조별리그 D조 첫 경기를 향한 관심은 적지 않다. 북한과 이란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아시안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이라크의 부활 여부가 D조 판세의 관건이다.
북한의 경우 전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브라질에 1대 2로 석패했으나 포르투갈과의 2차전에는 0대 7로 대패하는 등 기복이 심하다. 언론 앞에서 전력을 쉽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도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북한의 간판 공격수 정대세(VfL보훔)가 오른쪽 무릎 부상 탓에 뒤늦게 선수단으로 합류했으나 이날 UAE전에서는 출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UAE를 반드시 꺾어야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UAE는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전에서 한국을 1대 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던 ‘다크호스’. 이들의 경기는 북한의 창과 UAE의 방패가 부딪히는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란과 이라크의 경기에서는 이란의 우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란은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치는 등 최근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이변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