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거스 히딩크(65·네덜란드) 터키대표팀 감독의 사제대결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두 사람은 박지성이 31일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며 열흘 뒤 열리는 한국과 터키의 국가대표팀 간 친선경기에서 만날 수 없게 됐다.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이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이날 새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22명으로 구성된 대표팀 명단에는 박지성과 이영표(33·알힐랄)를 제외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 선수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최성국(27·수원)과 이상덕(24·대구), 홍철(성남), 윤석영(전남·이상 20세), 남태희(19·발렌시엔)가 새로 발탁됐다.
이들은 다음달 9일(현지시간) 터키 트라브존에서 열리는 한국과 터키의 대표팀 간 친선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번 경기는 지난해 결정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마친 뒤 박지성의 은퇴가 조심스럽게 거론됐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시기가 불분명해 히딩크 감독과의 첫 사제대결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박지성은 11년 만에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히딩크 감독을 적장으로 돌려세우지 않았다. 박지성은 자신의 남은 선수 경력을 최소 3~4년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중 히딩크 감독이 유럽 팀을 지휘할 경우 두 사람은 클럽 제전 등을 통해 대결할 수 있다. 또 박지성의 지도자 전향 때까지 히딩크 감독이 현역 지도자로 활동한다면 두 사람은 지략 맞대결을 벌일 수도 있다.
박지성에게 히딩크 감독은 가장 훌륭한 은사였다.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박지성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던 순간(사진)은 9년 지난 현재까지 한국 축구팬들에게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당시 일본 교토상가 소속이었던 박지성은 대회를 마친 뒤 히딩크 감독을 따라 유럽 무대를 밟았다.
2005년 7월에는 히딩크 감독의 품에서 떠나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인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입단했다. 두 사람이 같은 그라운드를 밟은 것도 이 때가 마지막이었다. 두 사람의 사제대결은 히딩크 감독이 2009년 2월 잉글랜드 첼시 사령탑에 오르며 처음 성사되는 듯 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당시 맨유와 첼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모두 4강에 올랐으나 맨유는 FA컵에서, 첼시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준결승 탈락했다. 히딩크 감독은 FA컵에서 정상을 밟았고, 박지성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맨유의 우승을 견인하지는 못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