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14)과 친구 B군(14)은 지난 17일 서울 행당동 왕십리역 앞에서 가출 청소년 서모(16)군, 김모(17)군과 마주쳤다. 서군 등은 다짜고짜 이들의 팔짱을 끼고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끌고 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점퍼와 운동화, 운동복 하의를 빼앗았다. 서군 등은 A군의 신고를 우려해 학생들의 속옷까지 벗겨갔다.
알몸으로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던 A군과 B군은 마침 주차장을 순찰 중이던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에 사건 경위를 털어 놓은 A군과 B군은 19일 서군 일당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불량 청소년들이 빼앗은 물건을 인터넷 중고물품 매매 사이트에 판매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군의 예상대로 A군이 빼앗긴 점퍼와 같은 색상·사이즈의 점퍼(25만원 상당)를 3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A군은 즉각 판매자에게 쪽지를 보내 판매자의 인상착의가 서군 등과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경찰에 연락했다. 서군에게는 왕십리역까지 오면 판매액의 5배인 15만원을 주겠다며 유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A군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4시 왕십리역에서 빼앗은 점퍼를 되팔러 나온 서군과 김군을 붙잡았다. 서군은 “가출한 지 오래돼 생활비를 마련키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 학생들이 기발한 생각으로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도 “범죄자와 직접 연락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므로 반드시 경찰에 먼저 알려 달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서군과 김군을 강도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승욱 이사야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