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안 풀릴 땐 적의 손으로 내 뺨이라도 때린다.’
상대 선수의 손으로 자신을 뺨을 때려 반칙을 유도한 칠레 청소년 축구대표팀 선수의 희생정신(?)이 세계 네티즌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 뉴스채널 CNN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23일(현지시간) 하루의 인터넷 이슈를 소개하는 ‘핫 클릭’ 페이지를 통해 칠레와 에콰도르의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팀 경기 중 등장한 ‘독창적 전술’을 소개했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12일 페루에서 열린 남미 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리그 최종전에서 칠레는 에콰도르에 0-1로 뒤지던 후반 31분 페널티지역 근처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에콰도르에 드로인 공격을 허용했다. 후반 종반인 탓에 추가골까지 내주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
이때 칠레 선수 브라이안 카라스코(20·아우닥스 이탈리아노)가 재치를 발휘했다. 던지는 공을 받아 공격을 이어가려는 에콰도르 간판 미드필더 페르난도 가이보르(20·에멜렉)의 등 뒤에서 밀착 견제하다 가이보르의 왼손을 잡고 자신의 왼뺨을 갈긴 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맞는 순간부터 쓰러질 때까지 아무도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였다. 효과는 확실했다. 주심은 호각을 불어 가이보르의 반칙을 선언한 뒤 칠레에 프리킥을 내줬다. 통상 상대 선수로부터 얼굴을 맞으면 엄살 부리기 마련이지만 카라스코는 벌떡 일어나 경기를 진행했다.
당초 가이보르의 반칙으로 생각했던 중계방송 해설자들은 리플레이 영상에서 카라스코의 이 같은 행동이 포착되자 폭소를 멈추지 못했다. 이 방송 영상은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로 퍼졌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23일자 ‘오늘의 스포츠 비디오’로 선정하며 전 세계에 소개됐다.
이 경기는 오는 7월29일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을 앞두고 남미 지역 본선 진출국을 가리는 남미 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리그 최종전이었다. 칠레는 카라스코의 희생정신(?)에도 에콰도르에 0대1로 져 결선리그 최종전적 1승4패(승점 3)로 5위에 머물렀다.
모두 4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진출권도 놓쳤다. 이겼다면 4위 에콰도르(2승2무1패·승점 8)와 순위를 뒤집을 수 있었던 만큼 칠레에게는 아쉬운 결과였다. 비신사적 행위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교훈을 카라스코가 증명한 셈이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칠레 청소년 축구대표팀 선수의 ‘독창적 전술’ 동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