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38)씨는 200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서울 강남과 경기도 고양·수원시의 변호사 사무실과 한의원, 학원, 약국 등 45곳을 누비며 3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 등을 훔친 상습 절도범이다. 박씨는 특히 법률사무소의 경우 출입문만 열면 해당 사무소에 소속된 모든 변호사의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법률사무소만 26곳을 털어왔다.
이처럼 오랜기간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박씨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건 절도범 사이에 떠도는 속설 때문이었다. 박씨는 지난해 4월 서울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의 출입문과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절도행각을 벌였다. 범행을 마친 박씨는 검거에 대한 걱정 때문에 ‘범행 현장에 대변을 누면 잡히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어 보기로 했다.
일반적인 대변에서는 DNA 감정을 해도 인적사항이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박씨가 현장에 남긴 것은 일반 대변이 아니라 ‘혈변’이었다. 결국 대변 속에 포함된 혈흔이 DNA 감정 결과 박씨의 것으로 특정되면서 박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도중 배가 아파서 설사가 갑자기 나서 그랬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절도범들 사이에 현장에 변을 보면 안 잡힌다는 소문을 따른 것 같다”며 “다른 사무실에서도 변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박씨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박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박씨가 확인된 45건 외에도 60여건의 범행 내용이 더 있다고 진술해 여죄를 수사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