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한 ‘이글스’ 전설이 전설을 남기다…녹슬지 않은 음색에 1만명 ‘감동’

첫 내한한 ‘이글스’ 전설이 전설을 남기다…녹슬지 않은 음색에 1만명 ‘감동’

기사승인 2011-03-16 09:38:00

"[쿠키 연예] “원년멤버 넷이 뭉친 공연이라…. 나이도 나이인지라 이번 내한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그만큼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공연입니다.”

관계자의 말마따나 60대 중반으로 구성된 경력 40년차의 ‘전설의 록 밴드’ 이글스의 내한공연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은 근래에 보기 드문 진귀한 공연으로 남을 듯하다. 무대가 이동하고, 현란한 옷을 입은 멤버들이 기교가 강한 춤을 추는 일명 ‘보이는 콘서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충분히 매료시켰다. 그들 자체가 무대가 됐고, 목소리와 기타 선율이 연출이 됐다. 2시간 동안 전 세계인을 휘어잡은 전설의 밴드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노래로 증명했다. 그들은 지난 199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공연 부분에 올랐던 명품 밴드인 만큼 진가를 발휘하며 한국관객에게 또 하나의 전설을 남겼다.

미국 팝 역사상 최고의 밴드로 추앙받고 있는 뮤지션 ‘이글스’. 1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이들의 첫 내한을 반기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찼다. VIP에 해당하는 FR석은 사전 예매율이 90%를 넘어섰고, 3층 꼭대기와 구석에 자리한 S석 티켓도 거의 다 동이 났다. 대단한 티켓 파워였다.

공연 직전에는 환대받지 못하는 ‘동장군’이 찾아와 관객이 덜 붐빌 것으로 예상됐으나 체조경기장 앞 공터는 이글스와의 첫 만남을 기다리며 추위도 잊고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글스의 기념 티셔츠, 앨범을 구입하려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공연 나들이를 나온 어린 학생들은 “도대체 이글스가 어떤 밴드길래”하는 눈초리로 관객 사이를 비집고 제 자리를 찾아갔다.

많은 관객의 기대 속에 공연의 첫 막이 올랐다. ‘전설의 락 밴드’의 첫 등장은 수식어와 달리 소박했다. 강렬한 조명 아래 네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옷차림도 청바지에 면 티셔츠 차림인데다 기타를 하나씩 둘러 매 동네를 오가다 만난 이웃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 어떤 꾸밈보다 노래에만 집중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듯 했다.

이글스가 한국 팬을 위해 선택한 첫 곡은 ‘세븐 브릿지 로드’(Seven Bridges Road)였다. 화려한 악기의 자극적 양념도 없이 네 명의 담백한 목소리가 체조경기장 안을 진하게 울렸다. 60대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녹슬지 않은 청아한 음색은 관객을 놀라게 만들었고, 이내 귀를 잡아끌었다. 1만명은 이글스가 빚어내는 명품 공연에 서서히 젖어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1억 2000만장의 앨범을 판매했고, 총 6번의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5곡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린 세계적 수준의 밴드답게 별 다른 무대 장치나 퍼포먼스가 없어도 히트곡만으로도 공연이 꽉 찼다. 특히 초반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 간주가 울려 퍼지자마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기립해서 박수를 치는 관객도 있었다. 인기를 모았던 노래 ‘아이 캔트 텔 유 와이’(I Can''t Tell you why)가 연이어 흘러나오자 향수에 젖은 듯 손을 모으며 노래를 듣는 관객도 있었다. 이어 ‘위치 우먼’(witchy woman), ‘보이즈 오브 써머’(Boys of summer), ‘인 더 시티’(in the city) ‘더 롱 런’(The long run)으로 감정을 이어나가며 1부를 마쳤다.



1부가 콧소리를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로 구성됐다면 2부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노래가 주를 이루었다. 2부 오프닝은 1부 때와 달리 앉은 채 시작됐다. 네 명의 멤버가 의자에 앉아 노래 ‘노 모어 워크스 인 더 우드’(No more Walks in the wood)를 아카펠라로 맑고 깨끗하게 불렀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완벽한 호흡이었다. 무대 음향 장비만 38톤이 넘었을 정도로 음질에 신경을 쓴 이글스. 목소리가 3층 끝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섬세하게 울려 퍼졌다. 생동감 있는 소리를 연출하기 위해 준비한 30여 대의 기타는 다양한 음을 내며 이글스의 목소리를 받쳐줬다.

특히 멤버 티모시 비 슈미트의 애절하면서도 가냘픈 음색에 관객은 귀를 세웠고, 격렬히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돈 헨리의 파워풀한 음색에는 박수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글렌 프레이와 조 월시도 목소리와 기타로 멤버들을 도왔다.

매너 좋은(?) 그룹답게 한국관객을 위한 한국어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이글스는 “안녕하세요. 코리아. 식사는 하셨어요?”라는 애교 섞인 인사를 간간이 들려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이글스는 노래 ‘노 모어 클라우디 데이즈’(No More Cloudy Days),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 ‘베스트 오브 마이 러브’(Best of My love) 등 주옥같은 곡들을 들려주며 관객을 추억의 세계로 인도했다.

1만 관객의 환호로 첫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글스. 곧바로 홍콩으로 넘어가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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