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일본 동북지역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프로야구 개막일정을 변경하고 축구대표팀 A매치와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를 취소하는 등 현지 스포츠계가 대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에는 일본축구협회가 야심차게 계획했던 2011년 코파아메리카 출전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일본이 출전을 포기할 경우 이미 조 편성을 완료한 코파아메리카의 일정 변경도 불가피해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니치아넥스’는 22일 온라인판을 통해 “지진으로 일정을 변경한 프로축구 J리그의 각 구단들이 이날 열리는 임시위원회를 통해 ‘코파아메리카 출전 취소’ 의견을 모아 협회에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J리그가 코파아메리카 일정과 겹치는 오는 7월 7경기를 집중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대표팀은 오는 7월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코파아메리카에 초청팀 자격으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코파아메리카는 1916년 창설된 뒤 4년 주기로 열리는 남미축구선수권대회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와 함께 가장 권위 있는 대륙별 대항전으로 손꼽힌다. 남미축구연맹은 유럽보다 부족한 국가 수를 채우기 위해 매 대회마다 다른 대륙에서 초청팀을 섭외했다. 일본은 1999년 이후 두 번째 초청을 받았다.
일본대표팀은 올해 대회에서 개최국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콜롬비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1999년 대회에서는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이번에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9위의 선전을 앞세워 조별리그 통과의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일정을 변경한 J리그가 코파아메리카 출전에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일본축구협회를 깊은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이는 남미축구연맹에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코파아메리카 개막을 불과 101일 앞둔 상황에서 일본이 출전을 포기할 경우 다른 팀을 섭외해야하기 때문이다. 단골 초청팀 멕시코도 이미 이번 대회 출전을 확정한 상황에서 다른 팀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섭외에 실패할 경우 이미 경기장과 시간까지 확정한 일정을 전면 재편성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