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경기도 군포시가 추진했던 김연아 거리 조성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군포는 김연아(21·고려대·사진)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제2의 고향’이다.
군포시의회는 2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연아 거리 관련 예산 3057만원 전액을 삭감했다. 예산은 도로표지판 2200만원과 거리명판 715만원, 핸드프린트 130만원, 명명식 현수막 12만원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거리는 김연아의 통학로였던 신흥초교와 도장중, 수리고 사이 1.2㎞ 구간에 조성될 예정이었다. 시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김연아를 기념하고 모교 후배들과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했으나 시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유는 김연아 측에 대한 서운함이었다. 시의회와 수리고 등에 따르면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올댓스포츠 대표이사는 수리고 체육관 1층에 임대 형식으로 전시했던 유니폼과 스케이트부츠, 상패, 핸드프린트 등 김연아 재학시절 물품을 최근 모두 회수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수리고로 공문을 보내 ‘물품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학교와 운영위원회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며 물품 전시를 요청했다. 박 대표는 이후 올댓스포츠를 통해 같은 입장을 전달하다 지난달 21일에 변호사를 보내 물품을 가져갔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박 대표의 강경한 태도는 수리고와 관련기관 등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김연아가 학창시절을 보낸 모교 후배들과 지역 주민들을 지나치게 외면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송정열 군포시의원은 “모교 후배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이었던 김연아의 물품들을 강경하게 회수했다는 점이 아쉽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김연아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한다면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고 사업 폐지 이유를 밝혔다.
이어 “현재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김연아 측에서 보면 미미할 수 있으나 그의 학창시절 당시 모교와 관계기관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했다”며 “김연아를 향한 기관과 주민들의 사랑이 짝사랑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