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허공 “동생 허각 덕분에 가수 데뷔? 내 길을 갈 뿐”

[쿠키人터뷰] 허공 “동생 허각 덕분에 가수 데뷔? 내 길을 갈 뿐”

기사승인 2011-03-24 10:25:00

[쿠키 연예] ‘핏줄은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10월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2’에서 최종 우승해 국민적 영웅으로 우뚝 선 허각. 그에게는 외모와 성격이 똑 닮은 쌍둥이 형이 하나 있다. 동글동글한 코끝과 서글서글한 웃음은 누가 형인지 동생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름도 비슷한 허공이다. ‘허각 신드롬’이 서서히 잦아들 때쯤 쌍둥이 형 ‘허공’이 다시 한 번 대중 앞에 선다. 허공 역시 동생처럼 가수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고, 힙합 브랜드 앨범 ‘뉴 스토리’(New story)에서 노래 ‘너만을 사랑해’로 가수 데뷔식을 마쳤다.

동생 허각은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지는 호소력 짙은 음색을 가진 가수라면, 형 허공은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이다. 24일 공개된 데뷔곡 ‘너만을 사랑해’는 허공의 맑은 음색이 돋보이는 노래다. ‘너만을 사랑해’는 래퍼 후니훈이 랩을 했고, 나의현이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사실 ‘가수 데뷔’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첫 행보가 소박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니앨범도 아닌데다 1~2곡을 녹음하는 디지털 싱글도 아니다. 여러 가수가 동시에 참여하는 프로젝트 앨범으로 목소리를 알리게 된 허공. 화려한 데뷔를 꿈꿨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첫 걸음일 터,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타임 스퀘어 엠넷 펍에서 만나 프로젝트 앨범으로 데뷔하게 된 심경을 들어봤다.

“사실은 힙합 앨범인 줄 몰랐어요. 저는 주로 발라드를 부르고 발라드를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분들에게 제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는 노래를 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허공은 지난해 12월 ‘슈퍼스타K2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출연해 동생과 함께 포맨의 노래 ‘못해’를 선보여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형 역시 동생 못지않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여러 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10년 동안 이벤트 업체에서 동생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허공에게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진가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뻤지만, 즐거웠던 순간도 잠시 한참을 망설였다고 한다. 자신의 가수 데뷔가 동생에게 행여나 피해를 주게 될까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특히 “동생의 후광을 입어 가수가 됐다”는 소리를 가장 경계했다고 한다. 기획사의 제안을 여러 차례 정중히 사양했던 것도 동생을 위한 일이었다고. 그렇다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게 됐을까.

“동생을 통해 여러 기획사에서 저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모두 다 거절했어요. 동생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요. 사람들이 ‘네가 동생 덕을 보는구나’ ‘동생 후광을 입는구나’ ‘가수 데뷔하기 쉽구나’ 이렇게 볼까봐 싫었어요. 그때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이번 앨범 참여 제안을 받고 동생과 아버지가 ‘괜찮다’ ‘이젠 네 갈 길을 가라’고 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사실 지금도 동생에게 피해가 갈까봐 걱정스럽지만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것으로 제 마음을 표현하려고요.”

허공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도 동생과 마찬가지로 ‘슈퍼스타K2’ 출신임을 뒤늦게 밝혔다. 예선 통과자 8000명 중 36명을 가리는 2차 오디션에서 낙방한 뒤로 묵묵히 동생의 뒷바라지만 했다고.

그렇다면 허공은 자신의 노래 실력을 동생과 비교해 어떻게 생각할까. “동생은 제가 봐도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들 ‘잘한다. 잘한다’ 해줘서가 아니라 10년 넘게 행사를 진행해오면서 옆에서 지켜본 결과예요. 동생이 노래를 부를 때 들으면서 우는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제가 봐도 감성이 참 풍부한 친구인 것 같아요. 그런 점은 제가 따라가기 힘들 것 같아요. 동생이 갖고 있지 못하는 저의 장점은 여자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까 좀 더 높은 음역대를 낼 수 있다는 것뿐이에요(웃음).”

‘누가 더 잘 생겼냐’는 질문에는 수줍게 웃으며 자신이라고 답했다. “쌍둥이로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제가 제 입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제가 더 잘생겼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저희가 예전에 SBS 프로그램 ‘진실게임’에 출연하게 된 것도 쌍둥이지만 다르게 생긴 형제로 나갔거든요. 몸무게부터 달랐죠. 제가 당시 말라서 동생보다 20kg 정도 덜 나갔어요. 동생은 후덕한 이미지라 아마도 제가 상대적으로 말랐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선배는 선배인가 보다. ‘슈퍼스타K2’ 우승 혜택의 조건으로 디지털 싱글 앨범 ‘언제나’를 발표한 허각이 데뷔를 앞둔 형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은 노래 ‘언제나’를 녹음할 때 굉장히 빨리 끝냈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노래 ‘하늘을 달리다’는 15분 만에 끝냈다고 하고요. 전 날짜로 따지면 이틀이나 걸렸어요. 첫 녹음이 끝났을 때 혼자 속으로 ‘잘했다’ 생각했는데 프로듀서가 다시 한 번 녹음하자고 하더라고요. 두 번째는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녹음을 하게 됐는데 프로듀서가 그게 처음 것보다 좋다고 해서 나중에 한 걸로 최종 결정했어요. 아무래도 첫 녹음이다 보니까 부담감도 많았던 것 같아요.”

가요계에 따로 데뷔한 이상 허공은 허각과 경쟁 구도를 이루게 됐다. 비록 이번 노래가 정규 앨범의 데뷔곡은 아니지만 허공의 실력을 맛보여준 의미 있는 노래다. 가수가 된 입장에서 바라보는 동생과의 경쟁, 어떻게 다가올까.

“음…. 다들 경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이번 노래를 녹음하게 된 건 ‘제가 동생보다 잘 났어요’라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한 게 아니에요. 경쟁보다는 오히려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서로 가는 길을 응원해주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잘했으면 좋겠어요. 저와 동생의 꿈은 예전처럼 같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거거든요. 물론 지금 이 상황도 썩 나쁘진 않지만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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