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알제리 또 축구전쟁?…심판 1명 잡으러 수백 관중 그라운드 난입

이집트·알제리 또 축구전쟁?…심판 1명 잡으러 수백 관중 그라운드 난입

기사승인 2011-04-04 13:37:01


[쿠키 스포츠] 이집트와 알제리가 또 한 번 축구장에서 긴장감을 연출했다. 이번에는 폭도로 돌변한 수천 명의 이집트 관중들이 한 명의 알제리 심판을 공격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챔피언스리그에서 이집트의 자말렉과 튀니지의 클럽아프리칸이 격돌했다. 자말렉이 2-1로 앞선 후반 초반까지 경기장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클럽아프리칸의 골망이 세 번째로 흔들린 뒤 발생했다. 자말렉 선수와 관중들은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은 추가골에 환호했지만 주심은 곧바로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며 ‘노골’로 처리했다. 환호가 광란으로 바뀐 것도 이 때부터였다.

자말렉 관중들은 담장을 넘어 그라운드로 난입했고 그렇게 수백 명의 인파가 돌을 던지고 조명탄을 쏘며 선수와 심판, 경기 관계자들을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9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주심은 이집트와 3년째 앙숙인 알제리 출신이었다. 관중들이 더 격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집트와 알제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최종전이 열렸던 2009년 11월 파국을 맞을 뻔했다. 당시 이집트 축구팬들은 알제리대표팀 버스에 돌을 던져 선수 3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비기기만 해도 본선에 오를 수 있었던 알제리는 이집트에 0대 2로 져 승부를 플레이오프로 넘겨야 했다.

이에 알제리 시민들은 자국 주재 이집트 기업을 습격, 이집트 노동자들에게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보복했다. 이집트 정부가 알제리 주재 이집트대사를 소환하고 알제리 정부에 자국민 보호를 촉구하는 등 양국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지만 북아프리카권 인접 국가인 양국의 기싸움은 3년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시 플레이오프에서는 알제리가 이집트를 1대 0으로 꺾고 본선 진출권을 가져갔다.



지난주 토요일 밤 카이로를 광란 속으로 몰아넣은 관중난동 사건을 놓고 세계 언론들은 이집트와 알제리의 축구전쟁을 우려했다. 이에 에삼 샤라프 이집트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알제리 심판과 클럽아프리칸 선수들, 튀지니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사태를 일단락 했다.

한편 이번 경기는 자말렉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중단됐으며 CAF는 속개와 재경기, 또는 자말렉의 몰수패 등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4일 현재 CAF 공식 홈페이지에는 두 팀의 경기가 중단됐다고만 공지돼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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