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가수 서태지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다. ‘영원한 오빠’ ‘만인의 연인’으로 군림했던 그가 배우 이지아의 전 남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 가요계 은퇴를 선언하고 나서 1년 후 이지아와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비밀스러운 생활을 유지해 온 서태지. 결혼과 이혼 그리고 위자료 및 재산분할 소송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사생활이 한꺼번에 알려지면서 ‘신비주의’를 고집했던 그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가수 활동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가수 서태지는 살아있는 신화로 통한다. 1990년대 가요계를 논할 때 ‘서태지와 아이들’의 활약을 빼놓기는 어려울 정도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히트 곡을 만들며 중심축 역할을 해 온 서태지의 존재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지난 1996년 은퇴를 선언하고 4년이나 지난 뒤 셋이 아닌 홀로 돌아왔어도 대중의 관심을 다시 끌어 모으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인기 파워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7월 서태지는 앨범 ‘서태지’(Seo tai ji)를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변신했다. 2000년 ‘컴백’을 본격적으로 선언한 서태지는 2009년 8집 앨범 ‘아토모스’(Atomost)를 내놓기까지 승승장구했다. 5만장도 넘기기 어려운 음반 불황기에도 발표하는 앨범마다 선주문 10만장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는 인기를 발휘했다.
은퇴와 컴백을 반복했음에도 그에게는 브레이크가 없는 듯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그가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데에는 정체되지 않는 음악, 다양한 장르 시도, 깔끔한 무대 매너, 미소년 외모, 감미로운 목소리 등이 맞물렸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 모든 근간을 마련해 준 것은 ‘신비주의’였다.
서태지는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미국과 일본 등지를 오가며 상당 시간 해외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는데다 한 번 작업실에 들어가면 며칠씩 나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그의 모습을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두문분출하며 오랜 시간 음반을 작업하는 경우에는 의례적으로 ‘건강 악화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08년 8집 첫 번째 앨범 발표를 앞두고 강원도의 한 흉가에서 음반 작업을 한 모습이 공개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을 정도로 그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상이었다.
워낙 베일에 가려진데다 매사 신중한 태도로 인해 유명 연예인과의 스캔들도 없었다. 1992년 노래 ‘난 알아요’로 폭발적 인기를 얻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숱한 여자 연예인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특정 인물과 염문이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배경에는 이지아와의 결혼 생활이 한 몫 한 것도 있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에는 스캔들 없는 사나이였다. 결혼을 묻는 질문에는 늘 “결혼은 족쇄다. 되도록이면 하고 싶지 않다”며 팬들을 달래 왔다. 이런 깨끗한 사생활과 만년 소년 이미지로 인해 소녀 팬들에게 ‘영원한 오빠’로 오랜 시간 추앙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지아와의 결혼, 이혼이 한꺼번에 낱낱이 공개되면서 서태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보인다. 서태지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통했던 ‘신비주의’도 완전히 벗겨지면서 향후 음반 활동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위자료 청구권 소멸 시효가 3년 이내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최대 내년까지 법적 소송에 휘말리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음반 작업 차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서태지가 이지아와의 결혼·이혼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관심에 부담감을 느껴 귀국을 미룰 가능성도 높다. 음반 관계자들은 “상황이 이러한데 어떻게 음반을 발표하겠느냐. 당분간 음반 활동을 쉬지 않겠냐”며 장시간 동안 공백기를 갖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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