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결별·도촬…파란만장했던 김연아의 400일 ‘겨울잠’

독립·결별·도촬…파란만장했던 김연아의 400일 ‘겨울잠’

기사승인 2011-05-01 19:26:00


[쿠키 스포츠] ‘피겨 여왕’의 겨울잠은 파란만장했다. 김연아(21·고려대·사진)는 30일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로 복귀할 때까지 400일 동안 무수한 시련과 마주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진로 문제를 현재까지 매듭짓지 못했고, 소속사, 코치와의 잇단 결별로 오랜 시간 족쇄를 찼다. 일본 방송사의 무허가 촬영, 모교 및 지자체와의 갈등 등 끊이지 않는 파문이 그를 따라다녔다.

2010년 4월20일=김연아는 어머니 박미희씨가 대표이사로 나선 단독법인 올댓스포츠를 설립했다. 2007년 4월부터 시작된 김연아와 IB스포츠의 동반 성장도 3년 만에 끝났다.

계약만료 시점에서 선수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소속사가 이를 협상하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재계약하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김연아와 IB스포츠의 경우는 달랐다. 양측은 협상테이블 밖에서 요구를 말하고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IB스포츠는 사실상 김연아를 발굴, 육성한 핵심인사 K씨가 올댓스포츠 설립에 관여한 탓에 재계약 협상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연아 측은 IB스포츠가 다양한 사업을 벌여 선수관리에 한계를 보였고 원하는 바를 반영하려면 독립이 필요했다고 반박했다.

IB스포츠가 김연아와의 계약만료(2010년 4월30일)를 하루 앞두고 “올댓스포츠 설립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사태를 어느 정도 무마한 듯했지만 여전히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긴 게 사실이다.

2010년 8월24일=브라이언 오서(50·캐나다)의 에이전트사인 IMG뉴욕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아와의 결별 소식을 전했다. IMG뉴욕은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 대표가 같은달 2일 토론토에서 오서를 만났고, 이후 아무 설명 없이 오서의 해고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연아 측은 같은날 오후 “다른 선수(아사다 마오) 코치 제의설로 오서와 불편한 관계가 시작됐고 김연아는 6월부터 혼자 훈련했다”며 “8월 초부터 양측이 공백기를 가졌으며 ‘이제 김연아를 지도하지 않겠다’는 오서의 통보를 같은달 23일 받아들였다”고 받아쳤다.

김연아는 2006년 7월부터 오서의 지도를 받았다. 2006~2007시즌부터 네 번의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세 번의 우승메달을 목에 걸었고 세계선수권대회와 4대륙선수권대회 타이틀도 쓸어 담았다.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두 사람이 합작한 최고의 성과였다.

국제대회와 아이스쇼는 물론, 광고 속에서도 사제관계를 넘어 부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친밀해 보였던 두 사람이었기에 결별 소식은 팬들에게 작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더욱이 두 사람의 결별 과정이 폭로와 비방으로 번져 팬들의 실망을 키웠다.

김연아는 같은해 9월7일부터 전지훈련지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옮겼고, 10월6일에는 친분이 있는 미셸 콴(31)의 형부 피터 오피가드(52·이상 미국)를 코치로 선임했다.



2010년 12월26일=소속사와 코치 교체에 따른 여론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진 2010년 말에는 일본 방송사가 물의를 일으켰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선수들이 새 프로그램만 발표하고 훈련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니혼TV가 김연아의 훈련 장면을 몰래 촬영해 방송한 것이다.

니혼TV는 김연아와 오피가드 코치가 지난해 10월6일 로스앨젤레스에서 훈련하는 장면을 허락 없이 촬영한 뒤 같은해 12월26일 시사프로그램 ‘진상보도 반키샤’의 연말 결산을 통해 방송했다.

이는 관례에서 벗어난 행동인 데다, 세계선수권대회에만 주력했던 김연아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여론의 역풍을 몰고 왔다. 한국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니혼TV는 “당시 허락 받고 촬영했다”고 해명했으나 김연아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항의했다.

니혼TV는 열흘 뒤인 올해 1월6일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김연아와 올댓스포츠 측에 사과했다. 김연아 측도 이를 수락하며 사태를 일단락 했다.

2011년 3월21일=김연아와 IB스포츠의 악연이 또 한 번 수면위로 떠올랐다. 양측이 수익배분 문제로 수개월째 법정분쟁을 벌여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김연아 측은 “현대자동차와 국민은행 등 일부 후원사와의 계약에서 IB스포츠로부터 받아야할 9억여 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8월 IB스포츠에 두 차례 내용증명을 보냈고 같은해 11월 법원에 수익배분금 청구소송을 신청했다.

이에 IB스포츠는 “후원사 수익금 배분을 놓고 김연아 측과 계약서를 해석하는 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의하지 못하면 법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반론을 폈다. 첫 공판은 지난달 16일 양측 법정 대리인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두 번째 공판도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2011년 3월23일=김연아가 학창시절을 보낸 ‘제2의 고향’ 군포에서 볼 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군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김연아 거리 관련 예산 3057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사실상 거리 조성 사업을 폐지한 것이었다.

거리는 김연아의 통학로였던 신흥초와 도장중, 수리고 사이 1.2㎞ 구간에 조성될 예정이었다. 시의회는 그러나 수리고에 임대 형식으로 전시됐던 김연아의 재학시절 물품을 박 대표가 지난달 21일 변호사를 동원해 모두 회수하자 서운함을 드러내며 이 같이 결정했다.

김연아 측은 “김연아가 졸업한 뒤 물품을 회수하기로 2009년 수리고와 약속했다. 2010년엔 동계올림픽 출전으로 회수할 경황이 없었으나 이후 교장이 교체된 학교 측은 약속을 모른다며 회수를 반대했고 이에 법적수순을 거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아 측은 “오해와 잡음을 빚으면서까지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김연아 거리 조성사업을 중단하라고 시에 요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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