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경기도 광명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보온병 독극물 테러 사건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학생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학생이 사물함에 놓은 독극물은 자신을 괴롭힌 학생이 아닌 다른 학생이 마셔 한때 마비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괴롭힘에 대한 복수심이 정작 해당 학생에게 미치지 못하고 엉뚱한 학생만 다치게 한 셈이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상해 혐의로 A군(18)을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24일 오후 1시쯤 자신이 다니던 광명시 철산동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사물함에 독극물이 든 보온병을 넣어 같은 반 친구 7명으로 하여금 이를 마시도록 방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A군은 지난 19일 오후 8시쯤 한 농약 판매점에서 제초제 성분의 ‘디캄바’를 구입한 뒤 매실 음료에 섞었다. 이어 집에 있던 보온병에 담은 뒤 사물함에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디캄바는 잡초와 잡목을 제거하기 위해 묘지 등에서 사용하는 호르몬 성분의 제초제다.
A군은 경찰에서 “1학년 때부터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B가 평소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나를 괴롭혔다”면서 “한 두번 당한 게 아니라서 복수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군이 제초제를 넣은 보온병을 마신 것은 자신을 괴롭힌 B군이 아니라 C군이었다. 보온병에는 술과 매실 원액을 연상케 하는 강한 냄새가 진동했고 역한 맛이 났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이들이 나눠 마셨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마신 C군은 심한 구토와 마비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정작 B군은 이 보온병에 입을 댓다 음료수의 맛이 이상하자 뱉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내성적인 성격인 A군에게 B군이 지나칠 정도로 심한 장난을 많이 쳤다는 일부 학생들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당사자를 처벌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B군은 “장난은 쳤지만 괴롭히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