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항문까지…담배의 공포를 아십니까

입에서 항문까지…담배의 공포를 아십니까

기사승인 2011-05-27 15:00:00
[쿠키 건강]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 자동차 배기가스의 주요 독성물질인 일산화탄소, 수년 전 식수오염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페놀, 치명적인 살충제인 DDT, 강력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이 물질들이 모두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유해성분이다. 이 뿐이 아니다. 국제암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담배 속 발암물질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69종에 이른다.

이렇게 유해한 담배 연기로 인해 우리 몸 구석구석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없지만 입과 코, 목, 기관지, 폐는 가장 직접적으로 연기가 체내로 들어가는 통로인 만큼 악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금연의 날(31일)을 맞아 성애병원 박창한 호흡기내과과장, 광명성애병원 이희원 치과장,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주형로 박사의 도움말로 담배의 폐해를 담배연기가 지나가는 통로를 따라 하나하나 따져보자.

#입 속으로 - 치아 및 혀 변색, 충치, 잇몸질환에 구강암까지!

담배를 피우게 되면 화학물질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 바로 입안이다. 입냄새는 물론, 치아와 혀의 변색, 충치, 풍치 등과 같은 구강질환을 불러오게 된다. 먼저 접착성이 강한 담배의 타르 성분과 니코틴으로 인해 치아가 누렇게 되고, 입냄새도 심해진다. 치아 뿐 아니라 혀의 색도 변한다. 혀 표면이 검게 되거나 하얗게 되는 것도 담배로 인해 변색된 것이다.

담배를 피우면 입속에 세균이 늘어나고 프라그(치태)가 쌓인다. 흡연자의 프라그와 비흡연자의 프라그를 배양한 결과, 흡연자의 세균수가 비흡연자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 결국 흡연자의 프라그는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의 온상인 셈이다. 프라그는 충치뿐만 아니라 잇몸병도 유발한다.

치주질환을 방치하면 치아를 빼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고, 임플란트를 하더라도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비흡연자의 2∼3배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구강암 환자의 10명중 9명이 흡연자라는 사실은 흡연과 구강암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코 속으로 - 코 안의 점막 섬모기능 떨어져 만성 축농증 유발

입을 통해 코로 들어온 담배의 독성물질은 코 안에서 먼지와 바이러스 등을 여과해주는 점막의 섬모 기능을 떨어뜨린다. 담배 연기로 콧속이 건조해져 점막이 메마르게 되면 점막의 고유 기능인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린다.

이 뿐만 아니라 축농증, 비염, 코골이의 유병률도 높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흡연자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에게 거의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축농증을 더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부모의 담배연기 때문에 자녀가 축농증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아찔하지 않을 부모가 없을 것이다.

#인두, 후두, 식도를 거쳐 - 인후염, 목앓이, 역류성 식도염에 심하면 후두암까지!

입과 코를 거쳐 넘어온 담배연기는 구강에서 기관으로 이어지는 인두와 후두를 공격한다. 그 중 인두는 후두와 식도입구에 이르는 근점막으로 된 부위로, 담배로 인해 점막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에 취약하게 된다. 목 점막이 빨갛게 붓는 인두염이 발생하기 쉽다. 인두염이 진행되고 만성화되면 염증이나 점막변성이 후두로까지 진행해 목소리를 변하게 할 수도 한다.

또 담배의 독성화학물질들의 직간접적인 신경자극은 위로 음식을 전달하는 식도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하고 그 결과 위산이 거꾸로 올라와 역류성 식도염이나 역류성 후두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식도로 넘어와 가슴이 타는 듯 쓰리고 신물이 목까지 넘어오는 것으로 심하면 궤양으로 진행되어 피가 나기도 한다.

역류성 후두염은 후두까지 위산이 넘어오는 것으로 소리통 역할을 하는 후두점막을 손상시켜 목 이물감, 마른기침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식도암이나 후두암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는데 특히 후두암은 장기 흡연이 가장 큰 유발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기관지 속으로 - 기침, 가래, 숨차고 가슴 통증, 호흡곤란 증상 잦아

목을 지나 폐로 들어온 담배연기는 기관지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려 기관지염을 일으킨다.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이라면 가래 섞인 기침이 2개월 이상 나타나는 만성기관지염에 노출되는 경우도 흔하다.

평소에는 호흡곤란이 없다가도 계단을 오르거나 힘든 일을 할 때만 숨이 차는 정도지만 감기에 걸리면 기침과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가래양이 증가하며 누렇고 탁해진다.

기관지를 지나 폐 속으로 들어온 담배 연기 속의 유해한 화학물질은 폐에 고스란히 축적된다. 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중요한 일을 하는 기관이지만, 화학물질이 쌓임으로써 폐 세포가 파괴되어 폐기능 저하와 함께 폐기종,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불러온다.

특히 담배의 타르 성분과 유해가스는 폐의 탄력성을 떨어뜨려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에 시달리게 되는 폐기종을 일으킨다. 폐기종은 폐포(허파꽈리)와 이곳에 공기가 통하게 하는 작은 기관지(세기관지)가 늘어나 폐가 고무풍선처럼 늘어진 상태를 말하는데 주로 만성기관지염과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장기간 흡연자들에게 흔하다.

실제로 KBS 2TV ‘남자의 자격’에 나온 6명 중 3명이 담배로 인한 폐기종으로 진단되어 화제가 된 바있다. 흡연은 폐암, 폐렴, 폐결핵 등 폐에 심각한 질환을 발생 및 악화시킬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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