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최근 석 달간 방송된 프로그램 중 반응이 가장 뜨겁다. 출연진의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화되고, 끝난 후에는 인터넷 게시판과 검색어 순위를 점령한다.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얘기다.
인기도 잠시, ‘논란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7위로 탈락한 김건모가 재도전을 선언하는 바람에 방송이 잠정 중단됐고, 수장 김영희 CP도 물러났다. 한 달간의 휴식 후 임재범, BMK, 김연우 같은 실력파 가수들이 황홀한 무대를 보태면서 논란이 잠잠해지는가 싶었다. 탈락자 정보 사전 유출, 출연자 자질 논란, 편집 조작, 특정 멤버 특혜 논란, 출연진 간 마찰, 출연진과 제작진의 불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일’이 터지고 있다.
‘나가수’ 이대로 괜찮을까. 음악성을 기준으로 가수 및 앨범을 평가·시상하는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 10명의 눈을 빌려 ‘나가수’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문답은 서면으로 진행됐다.
우선 방송가를 강타한 ‘나가수’의 힘이 무엇인지 짚어 봤다. 다수의 심사위원은 ‘가수’를 꼽았다.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이 하나의 ‘악기’가 되어 열정의 무대로 시청자를 감동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이민희 심사위원은 “순위를 정한다는 틀은 굉장히 선정적이고 무례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공들여 준비하는 가수들에게 시선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노래는 완성된 결과물만 접할 수 있었는데 ‘나가수’는 노래하는 과정에 집중해 음악을 대하는 가수들의 태도를 보여 준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고 평했다.
초반 논란이 됐던 ‘노래 실력을 순위로 매기는’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대해서는 “예능적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예능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전형적 코드를 잘 따르고 있다”(이경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점령한 주말 시간대에 이런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이병주).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의 평가 누락에 따른 공정성 논란, 획일화되는 음악 스타일 등이 지적됐다. “평가가 주관적이라 어떻게 하든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이나 평가를 일부 반영할 필요는 있다”(이병주). “청중평가단의 점수를 받기 위해 가수들이 호응을 얻을 만한 스타일로 편곡하려는 눈치가 보인다. 대중을 감동시킬 수 있는 사람만이 최고의 가수라는 식으로 해석돼 안타깝다”(김정위). “노래나 무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나 이유 없이 청중평가단의 단순한 선호도에 따라 순위가 결정돼 아쉽다”(한동윤).
그렇다면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 바라본 ‘나가수’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10명 중 절반이 임재범을 꼽았다. “야수 황제의 감동적 재림이 방송을 통해 확인됐다”(서정민갑).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로만 일컬어지던 그의 재능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성우진). “음반 수치와 화제성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순식간에 기인에서 왕이 됐다”(김학선). “밴드로, 솔로로 활동하면서 절창임을 인정받아 왔다. 방송을 통해 실력을 드러내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한동윤). “가창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대로 무대를 만든다”(이경준).
백지영도 ‘가수’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수혜자로 선정됐다. “춤과 가십에 가려져 있었던 가수였다. ‘나가수’ 출연 후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인식이 부각된 것 같다. 감성을 호소력 있게 표현할 줄 아는 보컬이 깊은 인상을 줬다”(강일권). “너무 오랫동안 가려져 있었지만 그의 무기가 섹시함만은 아니었다. 이번 출연으로 ‘나는 가수다’를 당당히 외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김윤하).
심사위원들은 ‘나가수’가 몰고 온 긍정적 효과로 아이돌 중심의 획일화된 국내 음악시장에 다양성을 부여한 것을 꼽았다. 과거의 노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됐다는 점도 높이 샀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요즘 발생하는 각종 논란에 의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나가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강일권 심사위원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제작진은 ‘왜 이걸 만들었냐’고 묻고 있는 대중에게 답을 못해 주고 있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세우고 자각한 후 음악, 예능, 다큐의 색깔 중 어느 부분에 힘을 실어야 할지 정해야 한다”며 “김건모 재도전을 통해 충분히 겪었을 텐데도 규칙을 변경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제작진이 모두 뭉쳐 세세한 부분까지 규칙을 정하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문조사 참여 명단(가다나순) : 강일권(흑인음악 미디어 리드머 편집장), 김윤하(웹진 보다), 김정위(대중음악애호가), 김학선(웹진 보다 편집장), 이경준(대중음악평론가), 이민희(웹진 백비트), 이병주(리드머),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 성우진(대중음악평론가), 한동윤(대중음악평론가)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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