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닷컴, 누구를 위한 사이트인가?

OOO닷컴, 누구를 위한 사이트인가?

기사승인 2011-06-06 12:16:01

[쿠키 연예] 요즘 사건·사고가 터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OOO닷컴(www.OOO.com)이다. OOO닷컴은 주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당사자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다. 신상, 과거 행적, 관련 자료 등을 게재해 회원들끼리 정보 및 의견을 공유한다.

OOO닷컴의 열풍은 지난해 5월 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 이후 불붙었다. 근래 들어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OOO닷컴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OOO닷컴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 이들은 이지아, 서태지, 고 송지선, 임태훈, 옥주현, 대성 등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자의든 타의든 사건의 내용과 형태를 막론하고 사회적 파문을 몰고 온 사람들이다. 배우 이지아와 가수 서태지는 비밀 결혼과 이혼 등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줬고, 고 송지선 아나운서는 트위터 자살 소동 및 두산 베어스 임태훈 선수와의 스캔들로 사이트가 생겨났다. 옥주현은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연을 전후해 자질 논란 및 특혜 의혹이 일면서 OOO닷컴에 이름을 올렸다. 인기 그룹 빅뱅의 대성은 지난달 31일 새벽 서울 양화대교 남단에서 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고 그 앞에 정차돼 있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게 화근이었다.

OOO닷컴은 부정적 논란이 양산된다는 점에서 생겨나는 것 자체가 불명예로 치부되고 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뜬소문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공유·확산돼 당사자 OOO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다. 사생활 노출에 안티 팬,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 많아 ‘피곤한’ 연예인 및 유명 인사들에게 ‘OOO닷컴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추가된 것이다. 가수 김진표가 “OOO닷컴이 생기는 게 불쾌하고 불안해 ‘김진표닷컴’ 도메인을 구입했다”고 밝힌 것에서 이러한 불안감은 확인된다.

‘닷컴’ 도메인 등록이 손쉬운 것도 OOO닷컴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요구하는 신청서에 따라 등록하는 ‘닷케이알’(.kr)보다 절차나 방법이 간단하다. 미국의 영리회사인 베리사인에서 주관하는데 주민번호 등 실명 확인 절차 없이 이름, 주소, 이메일,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10만 원 정도만 등록비용으로 부담하면 평균 3년을 운영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언제든지 개설이 가능한 것이다.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시키며 ‘마녀사냥’으로 번지고 있는 OOO닷컴에 대한 통제나 법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지난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가 어떠한 의도로 사이트를 개설했는지는 생성된 이후에나 알 수 있다. 따라서 자살, 도박 등에 관련된 불법사이트일지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인터넷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보완되고 법규가 마련되듯 특정인을 폄하하는 목적이 짙은 OOO닷컴에 대한 보완이나 대책도 다소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OOO닷컴의 봇물 현상에 대해 “닷컴 개설자가 언론인과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OOO닷컴은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놀이다. 따라서 개인이 만드는 닷컴 사이트는 사회 파급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게재하면, 하나의 언론매체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황 교수는 각종 언론과 매체가 OOO닷컴의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OOO닷컴의 내용을 무분별하게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 경각심을 촉구하는 태도로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 매체 기자들은 ‘인터넷에서 10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난리가 난 사이트인데 여러분은 왜 모르십니까’라는 식으로 OOO닷컴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기사화를 통해, 개인의 잠꼬대 같은 허황된 소리가 언론매체의 힘을 빌려 괴력을 발휘하게 된다. 언론인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일과 현실을 헷갈려서는 안 되며, 가십일 뿐이라고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한다. 보도할 때도 많은 이들이 루머를 즐기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지적해야 한다.”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 아래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이를 토대로 한 의견을 나누기 십상인 OOO닷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화제성만 있다면 이를 무분별하게 옮겨 적는 언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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