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고려대학교 의대 남학생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그동안 피해자의 고소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이들의 행동에 대한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져 지금까지 의혹 수준이었던 의대생 성추행 사건은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처벌 방향으로 급선회하게 됐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 대학 남학생 3명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1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가평 한 민박집에서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의 옷을 벗겨 추행하고 몸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남학생들을 구속해 엄정히 수사하지 않으면 이들이 서로 말을 맞춰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를 조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이들이 술에 약물을 타거나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이른바 ‘신상털기’ 과정에서 잘못 지목된 같은 학교 의대생의 진정을 받아들여 네티즌 10명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범행 사실이 확인하면 해당 학생의 신상정보를 유출해 인터넷에서 퍼나른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네티즌들을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가해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도 더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교내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 중이다. 조사를 마치는 대로 징계위원회가 열려 가해 학생들의 처벌이 결정될 것”이라며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볼 때 엄중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의료계와 학교 안팎에서는 가해 학생들의 출교를 촉구하는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현직 외과의사인 파워블로거 ‘민욱아빠(heroyw1)’는 지난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인간사회에 대한 예의(원문보기)’라는 제목으로 가해 학생들의 출교를 촉구하는 글을 적었다.

그는 가해 학생들이 향후 동료와 선·후배가 될 의사들에게 이미 신뢰를 잃은 만큼 면허취득과, 병원수련, 의료행위 등에서 현실적 제약을 받을 것이며 피해 여학생이 가해 학생들과 병원에서 동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한 뒤 “가해 학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의사가 된다면 의사사회가 스스로의 부도덕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경고했다.

또 “성추행이나 저지르는 명문 의대생을 우수인재로 길러낸 대한민국의 제도교육을 직시해야한다. 이번 사건은 지식만 왕성한 의사기계를 생산하는 대표적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가해 학생은 물론, 학교 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어 “가해 학생들이 스스로 사죄하고 출교해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고, 의료계는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정당한 조치로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 여학생은 고통을 극복하고 다른 동료들과 다름없이 의사생활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이자 인간사회에 대한 최소의 예의라 생각한다.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이상을 현실로 옮기지 못하면 근접이라도 해야 한다”며 말을 맺었다.

그의 글은 14일 현재까지 사흘째 포털 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등을 타고 전해지며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의 조용한 움직임은 더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가해 학생들의 출교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지난 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문에서 시작돼 주말을 제외하고 닷새 째 이어졌다. 현재까지 여성 4명과 남성 1명이 참여했다. 모두 자발적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출근과 등교 시간 직전인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직접 작성한 각각의 문구를 들고 교문 앞을 지켰다.

이번 시위를 트위터에 처음 제안한 김현익 송파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공감했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학교 측이 가해 학생의 징계를 결정할 때까지 1인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