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이라고 무시하나’…윔블던 시합중 선수가 조롱

‘볼보이라고 무시하나’…윔블던 시합중 선수가 조롱

기사승인 2011-06-30 17:43:00


[쿠키 스포츠]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 테니스대회 윔블던에서 스타플레이어가 경기 중 볼보이를 조롱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고 생각한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으나 세계 곳곳의 테니스 마니아들은 볼보이에게 수모를 안겨주고 대회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며 힐난했다.

논란의 장본인은 남자 프로테니스 세계 랭킹 21위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23·아르헨티나). 그는 지난 27일(현지시각)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4회전(16강)에서 세계 1위 라파엘 나달(25·스페인)에게 1대 3(6<6>-7 6-3 6<4>-7 4-6)으로 무릎 꿇었다.

나달은 3회전에서 왼쪽 다리 부상을 입어 이날 붕대를 감고 다리를 절며 코트에 등장했다. 이 탓에 나달의 압승으로 예상됐던 경기는 접전 양상으로 흘렀다. 두 번이나 타이브레이크가 나올 정도로 치열한 승부가 계속됐다.

두 선수가 한 세트씩 주고받은 3세트부터 코트와 관중석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델 포트로와 볼보이는 우스꽝스런 장면을 연출하며 이런 긴장감을 깨뜨렸다.

볼보이는 델 포트로의 서브가 네트에 걸리자 빠르게 코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델 포트로 쪽으로 흘러간 공을 다시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코트에서 뛰어나가려 했다. 그러나 델 포트로는 직접 주운 공을 라켓 위에 올린 상태에서 볼보이에게 공을 가지고 나가라고 요청했다.

볼보이는 경기 속개를 위해 재빠르게 몸을 돌려 다시 델 포트로 쪽으로 뒤어가 라켓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델 포트로는 라켓을 슬쩍 피하며 볼보이를 한 차례 놀린 뒤 라켓으로 공을 튀겨 볼보이에게 줬다. 볼보이는 묵묵하게 공을 받아 코트 밖으로 뛰어나갔다.



긴장감이 감돌던 코트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중들은 델 포트로의 행동을 ‘위트’라고 판단했으나 세계 테니스 마니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델 포트로가 볼보이를 조롱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이 공개된 유튜브와 야후 미국 등에는 비난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을 무시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1877년 시작된 윔블던은 세계 4대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선수들에게는 흰 복장만 허락되며 간식으로 딸기와 크림만 먹을 수 있는 엄격한 규정과 전통을 갖고 있다. 이런 전통은 볼보이도 예외가 아니다.

테니스 볼보이는 1920년 윔블던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발 과정은 매우 엄격하다. 중·고등학교 교장과 교사로부터 추천받은 학생들을 대회 두 달 전인 4월부터 필기와 체력시험으로 가려낸다.

학생들은 코트를 한 바퀴 돌고 3분간 한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서있거나 코트 왕복달리기를 반복하는 등 고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700여 명의 지원자 중 90명의 볼보이(남녀 45명씩)가 선발되면 매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총 8개 훈련 프로그램에 돌입한다.

델 포트로에게 조롱당한 뒤 제자리로 돌아간 볼보이의 표정은 다소 상기된 듯 보였다. 세계 테니스 마니아들이 더 격분한 이유다. 네티즌들은 “볼보이가 큰 수모를 느꼈을 것”이라거나 “이런 장난은 친구들끼리 치는 것이지 스포츠 중계방송에서는 보고 싶지 않다”며 "델 포트로는 경기에서만 진 게 아니라 최악의 매너와 한 소년에 대한 인격적 모욕을 저지른 것"이라고 힐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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