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인터넷도 온통 ‘나데시코 만세’=일본 여자대표팀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여자월드컵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위 미국과 120분간 2대 2로 팽팽히 맞선 뒤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3대 1로 승리했다.
여자월드컵 원년인 1991년부터 매 대회마다 본선에 오른 단골 출전국이지만 단 한 번도 8강 문턱을 넘지 못한 일본 여자대표팀은 FIFA 주관 대회 우승트로피를 처음 조국에 선사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아시아 팀이 성인 월드컵 정상을 밟은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일본 여자대표팀이 처음이다.
일본의 승부차기 네 번째 키커 쿠마가이 사키의 오른발 슛이 골문 왼쪽 구석을 갈라 ‘거함’ 미국을 격침시키는 순간 일본 국민들은 기쁨의 눈물을 쏟으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한 목소리로 ‘나데시코 만세’를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여름 밤 무더위에도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에 따라 전력소비 감축 등 국가적 재난을 견디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여자대표팀의 승전보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우승 소식을 머릿기사로 실었고 요미우리신문은 호외까지 발행했다.
환호는 인터넷 공간도 뒤덮었다. ‘야후 재팬’ 등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여자대표팀의 우승 소식을 뉴스 페이지 최상단에 배치했다. 많이 본 기사 순위에도 관련 소식들로만 가득 채워지는 등 일본 네티즌들도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야후 재팬’의 한 네티즌(sak****)은 “세계 최강을 상대로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보여줬다. 국민들도 절망 속에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인기 여가수 우타타 히카루(28)는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응원하다 우승이 확정되자 “오랜만에 울었다. 일본 여성의 정신력은 대단하다”고 기뻐했다.
◇세계도 한목소리로 찬사=일본 여자대표팀이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 앞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여자월드컵 스타디움에서도 일본 여자대표팀을 향한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4만9000여 관중들은 각국어로 ‘일본’을 연호했다. 우승국 일본과 개최국 독일 관중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뻐했고 박수는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대지진 피해를 입고도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일본을 향한 격려이자 찬사였다. 일본 선수들도 ‘세계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영어 현수막으로 세리머니하며 관중들에게 화답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해 우승을 놓친 미국 관중들도 일본 여자대표팀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미국 언론의 반응도 우호적이었다. 자국에 패배를 안긴 일본 대표팀을 오히려 ‘대지진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낸 영웅들’이라고 추켜세웠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판에서 “엄청난 지진 재앙을 극복하고 있는 일본 국민의 자세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미국의 유명인사들도 칭찬 릴레이에 합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월드 챔피언 일본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고 했다. 영화배우 톰 행크스(55)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대표팀을 사랑한다. 고마워서 눈물을 흘렸다”면서도 이례적으로 “일본도 축하한다”고 축하 인사를 남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