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뇌졸중 사각지대서 신음한다

독거노인, 뇌졸중 사각지대서 신음한다

기사승인 2011-07-21 16:59:01
[쿠키 건강] 우리나라에서 단일질환으로 사망률 1위 ‘뇌졸중’.

발병하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남기게 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질환에 대한 인식은 크게 높아졌지만, 치료와 재활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3시간 골든타임’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도 낮은 편이다.

실제, 국내 한 대학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급성뇌졸중으로 골든타임에 병원을 찾은 환자가 10명중 2.5명에 그쳤고, 특히 가족이 없이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일수록 이 비율이 현저히 떨어져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및 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든타임(Golden time)’이란 몇 분만 혈액 공급이 끊겨도 뇌세포가 손상되고, 한번 죽으면 다시는 되살릴 수 없어 뇌졸중 발병 후 적정 처치를 해야 하는 3시간을 가리킨다.

#독거노인 급성뇌졸중, 가족거주 노인에 비해 골든타임內 병원 방문 비율 3배나 적어!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 박익성(신경외과) 교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 사이 뇌졸중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174명(남자 84명, 여자 9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무려 74.1%인 129명이 3시간을 넘겨 뒤늦게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21일 밝혔다.

3시간 이내 후송 및 적정 처치가 원칙인 골든타임을 지킨 환자가 불과 25.9%에 그쳤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들 중 56.9%는 평소 고혈압을 가지고 있었으며, 당뇨 27.0%, 흡연 12.6%, 심장질환 6.3% 등 뇌졸중 위험 인자를 갖고 있었고, 2개 이상 위험인자를 동시에 가진 비율도 3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발병시간은 오전이 69%로 가장 많았고, 75.3%는 최초 발병, 나머지 24.7%는 재발 환자였다.

특징적인 점은 뇌졸중 내원 환자 6명 중 1명(16.1%)은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며, 또한 이들 독거노인들은 자각증세 인지가 늦고 참고 참다 지각대응을 해 골든타임 내에 병원을 찾는 비율이 가족과 동거 중인 노인들보다 3배나 적었다는 것이다. 즉 홀몸 독거노인의 경우 3시간(골든타임) 이내 내원 비율 10.7%(28명중 3명)에 불과해 가족거주 28.6%(119명 중 34명), 부부거주 29.6%(27명 중 8명)보다 1/3수준으로 크게 낮았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 조사]
2010.11~2011.6

전문의들은 뇌졸중 노인 환자들이 이처럼 골든타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늦게 병원에 오는 주된 이유로 ‘급성기 질환에 대한 교육 부족’과 ‘과로나 과음 후의 일시적인 전신증상과 잘 구분하지 못해 일단 좀 지켜보자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평소 술을 좋아하는 노인의 경우 술 마시고 그렇다고 생각하는 경우, 자는 동안에 발생하여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박 교수는 “뇌졸중은 시간을 지체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빠른 인지와 빠른 대응이 중요하며, 특히 가족이 곁에 없는 독거노인일수록 빨리 병원을 찾기 위해서는 평소 뇌졸중 전조증상에 대한 스스로의 인지가 꼭 필요하고, 전조증상 자각 시 ‘빠르고, 쉽게’ 연락할 수 있는 가까운 이웃, 지인 등이 꼭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꼭 알아두어야 할 뇌졸중 전조증상

1. 갑자기 벼락치듯 심한 두통

2. 심한 어지럼증

3. 말을 잘 못하거나 발음이 불명확

4.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 못함

5. 팔, 다리가 마비되거나 감각이 이상

6. 갑작스런 시야장애 또는 시력장애

7. 의식장애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

특히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뇌졸중 5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을수록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평소 주요 전조증상과 골든타임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갑작스러운 한쪽 얼굴마비, 팔다리 마비, 언어 장애 시 즉시 가까운 지인이나 119 등에 연락해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억지로 약을 먹이는 행위는 좋지 않다. 기도를 막아 질식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요법이나 손가락을 따는 등 효과가 없는 치료를 하면서 기다리는 것 역시 골든타임(중요한 시간)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박 교수는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이상 증상을 조기에 발견, 즉시 적절한 처치를 받도록 해야 하며, 정기검진을 통해 뇌혈관의 이상 여부와 뇌졸중 위험도를 스스로 평가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평소 자신이 거주하는 가까운 거리에 뇌졸중전문의가 상주하는 응급 의료기관을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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