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허리 아프다고 짝짝이 다리가 될까?

설마 허리 아프다고 짝짝이 다리가 될까?

기사승인 2011-07-27 16:55:00
[쿠키 건강] 직장인 이훈(33) 씨의 운동화는 자주 바뀐다. 왼쪽보다 오른쪽 신발이 더 빨리 닳아 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켤레를 다시 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디스크로 치료를 받고 있던 동료에게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자신도 양쪽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설마 허리가 아프다고 체형이 변할 수 있습니까?”

이씨는 혹시 다리 길이가 다른 ‘짝짝이’라서 자신도 허리 디스크가 생긴 게 아닐까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동네에서 가깝게 지내는 척추질환 전문의에게 물었다.

안양튼튼병원 척추센터 정기호 원장은 이에 대해 “만약 척추에 질병이 생기면 척추 근육이 경직하면서 약해진 척추를 대신하는 방어기제가 나타난다. 척추 전후, 좌우의 근육이 수축하면 척추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이 펴지고 이로 인해서 2차 통증이나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척추신경이 디스크 조각에 눌려 통증이 생기면 몸이 무의식적으로 신경압박이 덜한 쪽으로 피하려 하고 그 결과 반사적으로 허리나 골반이 틀어지게 된다. 그러면 다리 길이까지 미세하게 달라진다.

이런 기전을 이용해 허리디스크를 미리 자가진단해 보는 방법도 있다.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양쪽 다리 길이를 재어 어느 한쪽의 다리가 짧다면 골반이 비뚤어졌거나, 척추가 불안정한 상태로 볼 수 있는 것. 여성의 경우 한쪽 속옷끈이 자꾸 내려간다면 허리가 휘지 않았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척추의 변형은 단순히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골반의 변형을 함께 초래하기 때문에 원인불명의 요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엉덩이부터 다리로 연결되어 쭉 퍼지듯 내려가는 찌릿찌릿한 통증인 좌골 신경통이 그렇다.

좌골신경은 인체 최대의 신경다발로 엉덩이 뒤를 통해 허벅지와 발끝까지 분포돼있는 신경이다. 그런데 고관절 근육인 이상근이 단축되어 이상근 아래 좌골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좌골신경통이 생길 수 있다.

#체형과 척추질환은 밀접한 관계…평소 앉는 습관과 가구 높이 적절히 맞춰야

척추질환과 체형의 변형은 서로 원인과 결과가 되는 닭과 달걀 같은 관계다. 목 디스크를 예로 들면 목을 앞으로 길게 빼거나 목에 전자기기를 거는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목과 어깨의 근육이 빳빳하게 굳고, 이렇게 굳은 근육이 결국 뼈를 변형시켜 일자목, 자라목으로 만든다. 여기에 작은 충격만 가해져도 디스크가 삐져나오는 목디스크로 발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올바른 체형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앉는 습관이다. 현대인들은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하지만 앉는 자세는 척추에 평소보다 3배 정도의 부담을 주는 가장 부담스러운 자세다. 따라서 한쪽 엉덩이에 지갑을 넣거나 다리를 꼬는 것은 근육 두께가 다른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골반 모양이 비대칭으로 굳어질 수 있다. 특히 골반위에 놓인 척추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돼 나쁜 습관은 고쳐야 한다.

이상적인 의자는 의자에 앉았을 때 무릎 부분이 90도를 유지하면서 발이 바닥에 온전히 닿아야 한다. 의자 안쪽은 옴폭 들어가 있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을 때 허리가 쭉 펴지는 의자가 좋다. 또한 허리받이가 척추를 충분히 받쳐줄 수 있는 정도의 길이가 되어야 한다.

책상은 높이가 중요한데, 알맞은 높이는 본인의 신장에 52% 정도면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허리통증이 심할 때, 꼭 수술하지 않아도 통증을 없앨 수 있다

정 원장은 “허리디스크나 그 외 다른 이유로 요통이 심할 때, 혹시 수술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병원을 찾기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허리디스크라고 해도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비수술 치료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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