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9월 한·일 정기전 이후 37년 만에 당한 굴욕의 참패다.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 40승22무13패, 2000년 이후 전적에서 4승6무3패로 여전한 우위를 지켰지만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일본 쪽으로 기울어진 판세 변화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37년 만이자 두 번째 대참사=한국과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라이벌이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아시아 예선부터 이날까지 모두 75번 대결했지만 승부는 대부분 1~2골 차로 갈라졌다.
한국은 일본과의 첫 대결인 스위스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5대 1 쾌승을 시작으로 모두 두 번의 4골 차 대승과 네 번의 3골 차 완승을 거뒀다. 일본은 제3회 한·일 정기전이 열린 1974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3골 차(4-1)로 꺾었다.
이후 두 팀은 1~2골 차의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일본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1990년부터는 한 쪽이 3골을 넣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한국이 3대 2로, 2010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3대 1로 이긴 게 전부였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그랬다.
◇초유의 4골차 대패 겨우 면해=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은퇴와 이청용(볼튼 원더러스)의 부상 등으로 한국의 열세가 예상됐던 이날 경기는 초반까지만 해도 팽팽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전반 종반부터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 한국은 골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전반 34분 가가와는 이충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의 힐패스를 받은 뒤 우리 수비수 두 명을 뚫고 오른발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수비수들이 공을 좆느라 가가와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후반 7분에는 혼다 케이스케(CSKA모스크바)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앞서 고마노 유이치(주빌로 이와타)에게 우리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을 뚫린 게 화근이었다. 2분 뒤에는 가가와에게 두 번째 골을 헌납했다. 우리 수비수들이 일본의 역습을 차단하지 못했다.
한국은 공격수 박주영(AS모나코)을 빼고 윤빛가람(경남)을 투입하는 등 전술 변화를 시도했으나 한 골도 만회하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5분 우치다 아쓰토(샬케04)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상 초유의 4골 차 대패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순간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