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이만수(53·사진) 감독대행에게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현역시절 팬들이 붙여준 ‘헐크’나 코치시절 소박한 면을 보여주면서 생겨난 ‘옆집 아저씨’와는 사뭇 달랐다. 바로 ‘유다 만수’였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안티(Anti)’도 생겼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사령탑의 꿈을 이뤘지만 김성근(69) 전 감독의 경질 사태로 한바탕 소란을 겪고 지휘봉을 물려받은 탓에 여론은 냉랭하기만 하다.
은퇴 15년 만에 이룬 감독의 꿈=이 감독대행은 지난 18일 친정 팀 삼성 라이온즈를 인천 문학구장으로 불러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0대 2로 졌지만 이 감독대행은 1997년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1군 사령탑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이 감독대행의 사령탑 데뷔는 프로야구계의 꾸준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는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삼성에 입단해 15년간 이적 없이 한 팀에서 뛰었다. 은퇴 후에도 삼성의 지도자 제의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구단과의 마찰로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00년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불펜 코치를 지낸 뒤 2007년에야 한국으로 돌아와 SK 수석코치를 맡았다. 2009년엔 이 감독대행의 SK 감독 내정설이 떠돌았으나 구단이 김 전 감독과 재계약하며 감독 데뷔의 기회를 놓쳤다.
이 감독대행은 지난해 6월부터 두 달간 SK 2군 감독을 맡은 뒤 수석코치로 복귀했지만 올 시즌 개막과 함께 지난 3월 또 다시 2군 감독으로 내려갔다. 김 전 감독이 4년간 세 번의 우승을 이끄는 등 확실한 지도력을 보여준 탓에 이 감독대행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듯 했다.
감독 내정설에 ‘유다’ 오명까지=그러나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김 전 감독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 시즌을 마치면 자진사퇴 하겠다”고 밝히자 구단 측은 하루 만인 18일 김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이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이 감독대행은 이번 사태에서 자신의 차기 감독 내정설이 김 전 감독의 용퇴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됐다. 신영철 SK 구단 사장은 김 전 감독의 재계약에 대해 “이만수 2군 감독의 양해를 구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장의 발언이 자존심 강한 김 전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자진사퇴를 결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전 감독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던 SK 팬들의 입장에서는 구단과 이 감독대행이 사전 모의해 김 전 감독을 밀어낸 것으로 오해할 만한 발언이었다.
이 탓에 그동안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이 감독대행의 안티는 최근 들어 급격히 늘었다. 현역 선수 시절엔 ‘헐크’로, 지도자로 전향한 최근엔 ‘옆집 아저씨’로 불리던 이 감독대행은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배신자의 악명을 남긴 이스가리옷 유다의 이름을 본 따 ‘유다 만수’로 불리고 있다.
이 감독대행은 2007년 4월 만원 관중에 대한 보답으로 속옷만 입고 경기장을 뛰는 등 팬들과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이 같은 노력도 모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SK의 순위 상승만이 이 감독대행을 여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꺼내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