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지나치게 빠른 나이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성숙하는 것을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여자아이는 8세 이전에 가슴이 나오면,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면 성조숙증 징후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성조숙증은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발달에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징후가 보인다면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여자아이들은 가슴이 유난히 발달하거나 하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고환 크기가 커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고환 크기를 수시로 측정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징후를 확인하기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양승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성조숙증 문제로 진료를 받은 3~17세 남자 아이 372명을 대상으로 뼈 발육과 고환 크기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고환의 부피는 10.0~10.9세 때 우측고환과 좌측고환이 각각 3.65㎖, 3.55㎖이었고, 11.0~11.9세 때는 6.17㎖, 6.13㎖에 이르는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의학적으로 남자아이의 고환부피가 4㎖이면 사춘기가 시작된 걸로 보고 있다. 사춘기 전에는 4㎖ 미만이었다가 사춘기 동안 12㎖까지 증가한다. 우리나라 남자아이들은 10~11세 경이면 고환부피가 4㎖가 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나이에 따른 고환부피 증가 정도와 뼈 나이에 따른 고환부피 증가 정도를 비교한 결과 두 군 모두 10~11세에 고환부피가 4㎖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뼈 나이는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손, 골반, 무릎관절 등을 촬영해 뼈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왼쪽 손을 많이 촬영해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 비해 2년 정도 사춘기가 빨리 오며,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의 뼈 나이도 비슷하게 빠르다고 보면 된다.
양 교수는 “고환의 크기에 비춰볼 때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을수록 성조숙증 발병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초등학교 입학 전 후에 성조숙증 뿐만 아니라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골밀도 검사와 고환의 크기를 측정,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