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3기 극복한 최인선 전 농구감독이 말하는 암극복 5법칙

대장암 3기 극복한 최인선 전 농구감독이 말하는 암극복 5법칙

기사승인 2011-09-01 17:38:01
[쿠키 생활]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는 지난해 말 평균수명이 80세일 경우를 상정해 분석한 결과 암에 걸릴 확률이 34.0%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다. 남자는 3명 중 1명, 여자는 4명 중 1명 정도가 암으로 죽는다.

얼마 전만 해도 암 선고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치료법의 발달과 조기진단이 활성화되면서 암은 당뇨처럼 관리해야 될 만성질환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증명해 주는 것이 ‘암의 5년 생존율’이다. 의학계에서는 치료 후 5년 동안 재발이 없다면 암이 완치된 것으로 간주한다. 즉 암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왜 어떤 환자는 3기, 4기 이상의 후기 진행 암이 발견되고서도 5년 생존이라는 완치의 기쁨을 누리고, 또 어떤 환자는 초기에 발견했음에도 재발의 과정을 겪으며 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걸까? 여기에는 암 진단 후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암과 싸우는 ‘암 5년 생존의 법칙’이 존재한다.

9월 대장암의 달을 맞아 3기 대장암을 이겨내고 대장암 홍보대사로 위촉된 최인선 전 프로농구 감독을 통해 5년 생존의 법칙을 들어본다.

최인선 감독은 한국 프로농구 감독 사상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농구계의 살아있는 신화다. 2005년 대장암 3기 판정(5cm 정도의 혹)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 등 대장암과의 고된 싸움에서 승리해 후진 양성에 힘쓰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법칙1: 하던 일을 가능한 유지한다

암 진단을 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하는 첫 번째 일은 자신의 모든 생업을 중단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주던 일을 그만두고 최대한 평안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후기암 등으로 고통이 심하거나, 거동이 불편하다면 치료에 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정도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자신의 일을 꾸준히 유지하거나 찾는 것이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최인선 감독이 처음 대장암 3기로 진단 받은 것은 2005년. 수술 이후 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농구공을 하루도 놓은 적이 없다. 프로농구 감독으로 생활하면서 겪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암의 한 원인일 수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농구야 말로 최 감독이 다시 병마를 털고 일어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연예인 농구단 ‘아띠 바스켓’의 명예감독, SK 나이츠 기술고문, 아들이 운영하는 어린이 스포츠 센터 지원 등 적당한 사회활동으로 활력을 얻으며 암을 이겨내고 있다.

■법칙 2: 암과의 싸움엔 팀워크가 중요 - 의사, 가족과 팀워크를 이룬다

“암(癌)도 잘 감독(監督)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농구에서 ‘나’는 없다는 것이 최 감독이 갖고 있는 철학이다.

NBA의 신화 마이클 조던도 입단한 지 7년 만에야 우승을 차지했다. 팀워크와 조직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암을 극복하는 고된 싸움에도 팀워크라는 똑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암은 환자 혼자 치료할 수 없다. 완치를 위한 5년이라는 기간은 길다. 의사에 대한 신뢰와 파트너쉽이 없다면 5년이라는 생사를 가름하는 소중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대장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담당 의사의 지침을 무시하고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잘못 사용해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상태를 담당 의사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가족 역시 대장암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생활 개선, 운동, 생활습관 개선 등 대장암의 예방과 치료의 모든 과정에 가족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환자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가족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환자가 힘든 만큼 이를 지켜보고 또 지켜주는 가족도 힘들다. 함께 격려하고 아끼며 극복해 나가야 한다. 대장암은 혼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가족, 본인이 함께 힘을 모아 치료해 간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법칙 3: 기존의 나쁜 습관을 버려라 - 암과의 전쟁에 맞게 생활습관을 개조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암은 생활습관병이다. 암이 걸린 후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자신도 모르게 암이 좋아할 만한 생활습관에 젖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암이 찾아왔다는 것은 몸에 경고신호를 보낸 것과 같다. 따라서 기존의 나쁜 습관을 버리고, 암과의 전쟁에 맞게 생활습관을 개조해야 한다.

최 감독은 암 진단을 받았을 때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도 건강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건강한 어린이상을 받을 정도로 건강했고, 10대부터 농구선수와 감독 생활을 해오면서 건강만큼은 늘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후배 선수들과 건강검진을 해 봐도 건강 상태가 월등히 좋게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최 감독 역시 암에 걸릴 수 있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프로농구 감독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극도의 스트레스, 잦은 육식 위주의 회식과 불규칙한 식사가 그것이다. 게다가 대장암의 발생 원인 중, 5%는 명확히 유전에 의해 발병한다고 밝혀져 있으며, 전체 대장암의 약 15%∼20%는 유전적 소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친가 쪽 어르신들 중 몇 분이 대장암 병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3∼4년씩 미루곤 했다.

현재 최 감독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1년에 한번은 CT 검사, 한번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등 건강검진을 철저히 받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섬유소가 가득한 고구마, 바나나 등 야채과일을 반드시 섭취(200g 이상)하며, 견과류를 수시로 즐기고, 음식에 되도록이면 소금 간을 하지 않는다. 배변습관 및 변의 변화를 매일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변을 보기 힘들어 지거나 변 보는 횟수가 감소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잦은 설사나 변비가 일정기간 지속되고 배변 후 변이 남은 느낌, 즉 잔변감이 계속 느껴지지는 않는지, 변의 색깔은 정상인지 등을 점검해 대장 건강의 이상신호를 조기에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농구 외에도 걷기, 달리기, 체조, 골프(프로골프 자격증 취득) 등 좋아하는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즐기며 하고 있다.

■법칙 4: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방심하면 암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처음 암이 찾아온 것도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는 등 방심한 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암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적지 않은 암환자들이 암에서 해방되면 이전의 고통을 잊는 경우가 많다. 지난 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암·희귀난치성 질환 등 중증질환자 3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 3명 중 1명(35.1%)이 최근 1년 동안 약 복용을 임의로 1회 이상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 환자 임에도 치료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다는 것이다.

암의 재발 등에 대해 너무 민감해 할 필요는 없지만, 한 번 암에 걸렸던 사람은 암에 대한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암은 항상 방심한 틈을 노리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법칙 5: 최고의 암치료제는 긍정적 마음 - 희망을 잃지 않는다

대장암에 걸린 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지만 최 감독의 생활은 건강했던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복강경 수술을 받은 후 직장 부분이 쉽게 아물지 않아 소장을 빼내고 장루를 차는 생활을 했었다.

식사 후 수시로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조금만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아무 곳에서 실례를 하게 되기도 해 가까운 지인이 아니면 쉽게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할 수도 없었다. 2~3시간 이상 움직여야 하는 고속도로나 어려운 사람들과의 미팅이 있는 자리는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최 감독은 이런 불편이 오히려 고맙다. 암으로 인해 현재의 삶과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 및 고마움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암이 아니었다면 하루하루가 이처럼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명의나 좋은 약도 환자가 치료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스스로 희망을 갖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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