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퍼진 세브란스의 인술…"너무 고마워요. 이젠 바깥세상과 소통할래요""

"동남아에 퍼진 세브란스의 인술…"너무 고마워요. 이젠 바깥세상과 소통할래요""

기사승인 2011-09-02 17:54:01
[쿠키 생활] 마다가스카르인 진 로저(48)씨. 그는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을 피해 숨어 살았다. 신경섬유종 환자인 그는 오른쪽 얼굴에 큰 종양이 있었다. 종양은 울룩불룩 거대해져 얼굴을 뒤덮고 축 늘어졌다.

사람들은 호기심과 동정, 무관심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늘 상처 받았다. 사람들은 그 병을 ‘신의 저주’라고 했다. 아내와 가족도 모두 등을 돌렸다. 결국 그는 마을 밖에 은신처를 두고 홀로 살아가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저씨에게 새 희망이 생겼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이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체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 사업을 통해 그를 무료로 수술해주기로 한 것이다.

로저씨는 지난 5월 한국을 찾아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수술은 붓기만 빠지면 사람을 만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는 부푼 희망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창립 125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이 일을 준비하고 지난 2월부터 마다가스카르, 케냐,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 5개국 7명의 빈곤 환자를 초청해 수술해줬다.

지난 2월 케냐의 섀드락(3)은 선천성 심장기형인 팔로씨4증후군으로, 페이스(12)는 역시 심장질환으로 한국을 찾았다. 또 이후반타이(36·베트남)씨는 다발성 간내 담관결석, 솜퍼(16·캄보디아)양은 결핵성 관절염으로 인한 족부기형, 락스메이(13·캄보디아)는 뇌성마비로 인한 기형으로 3월 입국했다. 4월에는 단다르 바타르(36·몽골) 씨가 고관절염으로 수술을 받았고, 5월에는 로저씨가 수술을 받았다.

특히 솜퍼 양은 수술을 해도 하지마비가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의 힘든 수술을 받았음에도 꿋꿋하게 모든 치료과정을 이겨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솜퍼 양은 지난 6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의료봉사팀이 캄보디아를 찾았을 때 크게 호전된 모습으로 봉사팀을 맞기도 했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들의 진료비뿐만 아니라 항공편, 국내 체류비를 포함한 모든 경비를 지원했고 수술 후에는 나들이를 통해 한국을 소개하고 추억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또 기념품과 함께 의료진, 같은 병동 환자들의 응원이 담긴 메시지도 전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환자들도 손수 적은 감사편지 등으로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로저 씨는 “그동안 늘 숨어서 살았는데 이제 웃음 지으며 바깥세상으로 나가려 한다”면서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은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7명으로 시작했지만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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