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NIH, "폐경후 여성호르몬 치료 유방암 위험 미미하다""

"미국NIH, "폐경후 여성호르몬 치료 유방암 위험 미미하다""

기사승인 2011-10-13 17:53:01
[쿠키 생활] 유방암 유발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호르몬 치료를 기피하는 폐경 여성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학협회는 13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실시한 ‘여성건강계획(The Women’s Health Initiative)’이란 제목의 대규모 연구결과를 인용, “폐경 후 호르몬 치료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됐을 뿐 아니라 여성호르몬 치료는 경우에 따라 유방암 위험을 오히려 낮추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이 협회 기관지 ‘자마(JAMA)’ 최신호에 게재된 NIH ‘여성건강계획’ 보고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여성호르몬 치료의 유방암 위험 논란 왜 나왔나?=NIH는 총 2만7500여명의 폐경 여성들을 대상으로 호르몬 요법에 따른 유방암 위험을 규명하는 연구를 1993년 시작했다.

이 연구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째는 자궁이 있는 폐경 여성 1만6608명(편의상 Ⅰ그룹이라고 한다), 둘째는 자궁이 없는 폐경 여성 1만892명(Ⅱ그룹)이었다.

Ⅰ그룹은 에스트로겐(천연 결합형 에스트로겐, CEE)과 프로제스토겐(메드록시 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을 병용 투여했고, Ⅱ그룹은 에스트로겐만 단독 투여했다.

자궁이 있는 여성들이 에스트로겐만 단독 투여하면 자궁내막증식증이 생긴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기간은 당초 8.5년으로 계획됐었다. 하지만 연구 시작 5.2년 만에 Ⅰ그룹 여성들에게 유방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들에 대한 연구가 중단됐다.

이 사실은 2002년부터 매스컴에 잇따라 보도돼 ‘여성호르몬 치료의 유방암 위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동시 진행한 다른 연구에선 호르몬 치료, 유방암 위험 오히려 줄여=자궁이 있는 여성들의 유방암 논란 때문에 Ⅰ그룹 연구는 중단됐지만, 자궁이 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Ⅱ그룹 연구는 예정대로 계속 진행됐다.

하지만 이 연구 역시 Ⅰ그룹 연구에 따른 유방암 위험성 논란 때문에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이탈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 당초 예정됐던 8.5년을 1년 여 앞두고 7.1년 만에 연구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NIH는 이 임상시험을 일단 마무리한 뒤에도 폐경 여성들을 2009년 8월까지 총 10.7년간 계속 추적 관찰했다. JAMA 최신호에 게재된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내린 연구 결과다.

보고서의 핵심은 Ⅰ그룹 연구와 정반대로 CEE 단독 치료가 유방암 위험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즉 Ⅰ그룹 연구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유방암의 상대적 위험성이 약 25% 높았지만, Ⅱ그룹 연구에서는 상대적 위험성이 약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를 절대적인 숫자로 환산하면 호르몬 치료를 받은 폐경 여성 중 유방암 발생빈도는 약 0.1% 미만으로 미미하며, 인구 1만 명을 기준으로 양쪽 모두 약 8명 꼴이다. 결국 여성호르몬 치료의 유방암 위험성 논란은 실제보다 지나치게 과장됐으며, 여성호르몬 치료에 따른 이익이 위험성보다 훨씬 크다는 얘기다.

◇호르몬 치료, 안심하고 받아도 된다=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는 이에 대해 “2002년 여성건강계획의 일부 연구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일반인들은 마치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약물에 상관없이 모두 유방암에 걸리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는 분명히 오해”라고 말했다.

우선 이번 연구에서처럼 자궁이 없는 여성들의 경우, CEE 치료로 유방암 위험성이 오히려 줄었다. 자궁이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도 실제로 폐경 증상 치료를 위해 호르몬을 장기간(5년 이상) 투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2년 이내로 호르몬을 투여하기 때문에 유방암 위험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들은 유방암 정기 검진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암을 조기에 발견해 완치(5년 이상 생존)할 확률도 매우 높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정구 교수는 “미국에서 이뤄진 여성건강계획에서 사용된 약물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것들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약물 외에 유럽에서 수입된 약물과 국내에서 생산된 약물 등 다양하기 때문에 약물의 종류, 투여 방법 등을 잘 선택하면 유방암 걱정 없이 치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는 “폐경 여성들이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을 때의 장점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며 “호르몬 요법은 50대 여성에서 폐경 증상 완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심혈관 질환, 사망률 등을 낮춰준다는 연구들을 볼 때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이란 사회적 이익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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