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얼짱’ 골키퍼 문소리(21·서울시청)의 해고사태가 당사자 간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문소리와 서정호(52) 서울시청 감독은 각각 18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두 사람의 갈등은 훈련과 경기 방식에 대한 감독과 선수의 통상적 견해차에서 시작됐지만 오랜 시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극단적인 결말을 향하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오직 하나였다. 자신 뿐 아니라 양측 주장을 모두 충분히 다뤄달라는 것이었다.
갈등의 시작
문소리는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한국의 FIFA 주관 대회 도전 사상 첫 동메달을 일궈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W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후순위로 밀려 서울시청의 5차 지명을 받았다. 문소리는 “다른 팀들이 후회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지난 1월부터 그를 지도한 서 감독은 “문소리의 훈련량이 부족하고 불성실하다”고 지적했다.
서 감독의 주장: 지난해 여자 청소년 대표팀 출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문제는 당시 집중 조명을 받은 선수들 중 일부가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훈련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힘든 훈련은 아예 하지 않으려 했다. 문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문소리 등에게 ‘이런 식으로 하려면 나가라. 다시 운동을 하고 싶을 때 돌아오라’고 엄포를 놨다. 이들은 일주일 뒤 팀으로 복귀했고 일부 선수는 개선됐다. 하지만 문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문소리의 정신 무장을 위해 “돈 주고 대표팀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기 싫으면 실력으로 증명하라”고 했다.
문소리의 주장: 드래프트 후순위를 받고 스스로에게 실망해 목표를 높게 잡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하지만 서 감독님의 시선에는 그렇지 비춰지지 않은 것 같다. 진짜 문제는 동기 부여였다. 서 감독님으로부터 “돈 주고 U-20대표팀에 발탁됐나”, “전 감독에게 뭘 배운 것이냐”, “협회에서 너에게 잘해주라는 말을 들었는데 누가 너를 돌봐주고 있나”라는 식의 폭언을 들었다. 선수 입장에서 자신감을 얻어야 하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운동을 계속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 사건
문소리는 지난 6월 초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서 감독은 문소리와 팀 관계자를 병원으로 보냈지만 처음에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소리는 개인적으로 찾아간 다른 병원에서 4주 진단을 받았고 재활 치료에 들어갔다. 문제는 치료를 마친 뒤부터 발생했다. 문소리는 팀으로 복귀한지 사흘 만에 어머니의 건강 문제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서 감독의 허락이 있었지만 문소리는 결국 예정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서 감독의 주장: 6월부터 팀 훈련량을 늘렸더니 문소리가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문소리로부터 “운동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문소리는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에게 문제가 생겨 집으로 돌아갔다. 일단 허락했지만 문소리는 다음 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야한다”는 이유로 예정된 경기에 합류하지 않았다. 더 이상 통제가 안 된다고 느꼈다. 그날 문소리로부터 ‘경기에서 합류해도 되겠느냐’는 문자메시지가 왔지만 ‘오지 말라’고 답했다. 일주일 뒤 합류를 허락하기 위해 전화했을 때 문소리는 받지 않았다. 이후 문소리로부터 ‘운동을 안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소리의 주장: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통증인 탓에 팀 관계자와 함께 갔을 때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임파선에 혹이 커졌다’며 4주 진단을 받았다. 내 경우는 스트레스를 받아 혹이 종양처럼 커졌다고 했다. 신경을 눌러 움직이지도 못할 수준이었다. 재활 치료를 마치고 6월 말쯤 복귀했으나 사흘 만에 ‘어머니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고, 서 감독의 허락을 받아 집으로 갔다. 그러나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갈 사람이 없어 서 감독에게 다시 연락했지만 ‘왜 굳이 네가 모시고 가야 하는가’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팀 관계자로부터 ‘다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고 8월1일 복귀했는데 서 감독이 만나주지 않아 이틀 만에 다시 팀에서 나왔다.
해고 통보
문소리는 8월3일 이후로 복귀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감독과 한 차례 면담했을 뿐 더 이상 양 측의 대화는 없었다. 침묵의 시간이 흐르던 9월28일 서울시청 구단은 전북경찰청으로부터 문소리의 신원조회 요청을 받았다. 구단은 같은 날 문소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임의탈퇴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서 감독의 주장: 문소리에 대한 신원조회 요청을 한 담당 경찰관에게 어떤 일인지 물었지만 ‘개인적 문제를 말해줄 수 없다’며 알려주지 않았다. 정말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락도 안 되는 선수가 외부에서 직접 물의를 일으킨다면 구단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문소리의 해고를 결정했다. 같은 날 문소리에게 전화로 연락했으나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틀 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임의탈퇴 시키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10월을 넘겨도 문소리의 회신은 없었다. 코치 등을 통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아직 임의탈퇴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문소리와 만나 대화하고 싶다.
문소리의 주장: 경찰 신원조회는 내 통장에서 거액의 입출금 내역이 조회돼 은행 측의 확인 과정에서 구단에도 요청이 들어간 것이다. 개인 후원사인 한 스포츠 브랜드에서 계약금 일부를 통장으로 입금한 것이었다. 구단 측에서 우려하는 문제는 전혀 없었다. 28일 구단으로부터 사직서 요구와 임의탈퇴 경고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보낸 팀 관계자에게 같은 날 이런 경찰의 신원조회 이유에 대해 설명해줬다. 현재 구단이 신원조회 이유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