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때문에 아토피피부염 악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음식때문에 아토피피부염 악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기사승인 2011-11-14 13:43:00
[쿠키 생활]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안타깝다. 약을 써 봐도 그 때 뿐인 것 같고, 스테로이드제를 계속 쓰는 것도 마음 불편하다. 비싸다는 수입 보습제품들을 듬뿍듬뿍 발라도 나아지지 않는다.

이럴 때 빠지지 않는 관리법이 하나 있다. 바로 ‘음식’이다. 모유수유를 하는 경우에는 엄마가, 이유식이나 일반식을 하는 아이에게는 철저한 식단관리를 시킨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증상이 심해졌는가, 증상이 개선되는지 등을 확인해 보고자 식단일지를 쓰기도 한다. 또 혹자는 이런 방법으로 음식을 절제했더니 증상이 좋아졌다는 사례도 제시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실제로 음식애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매우 낮으므로 지나치게 예민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음식 때문에 아토피 악화됐다?” 44.2% - 실제 음식 과민반응 양성 7.4% 그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팀은 2~18세 소아 아토피피부염 환자 95명을 대상으로 음식에 대한 과민반응 여부를 조사한 결과 ‘EASI(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점수’로 판단한 중증도에서 중증은 1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나머지는 경증 45.3%, 중등도 37.9%의 비율이었다.

박 교수는 먼저 이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통해 과거에 음식 과민반응을 겪었던 경험을 조사했다. 그 결과 44.2%(42명)가 과거 경험상 음식 과민반응이 있다고 답했다. 음식 과민반응을 나타냈다고 응답한 음식들은 달걀(13명, 13.7%), 돼지고기(9명, 9.5%), 우유(8명, 8.4%) 순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에게 경구 음식유발검사(open oral food challenge)를 시행했더니 7.4%(7명)에서만 양성반응을 나타냈을 뿐이었다. 실제 과민반응을 보인 비율이 경험에 따른 답변과 무려 36.8% 포인트나 낮게 나타난 것이다.

이들이 양성반응을 보인 음식 역시 달걀(3명), 우유(2명), 돼지고기(1명), 땅콩(1명) 순으로 경험에 의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박 교수는 “음식이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하는 비율과 실제 음식 과민반응이 나타난 경우는 큰 차이를 보여 많은 소아청소년기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음식과 관련해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많은 환자들이 아토피피부염 증상악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실제 검사 결과에서는 거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아토피피부염 악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우유, 달걀, 돼지고기 등은 아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아토피피부염이 있다고 근거 없이 무조건적으로 이를 제한하는 것은 소아청소년기 성장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음식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하는 경우 반드시 제한해야 하는 정도를 전문 의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음식에 과민반응 있을까?” 병원에서 확인하는 법

음식 과민반응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본인의 경험이다. 실제 음식을 먹은 뒤 아토피피부염이 악화된 경험이 있는 것은 음식 과민반응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로 아토피피부염이 심해진 것을 음식 탓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해 환자들이 엉뚱한 음식을 원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특정 음식 알레르기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검사가 있다. 음식 항원을 직접 바늘을 통해 피부 내로 찔러보거나, 혈액 검사로 특정 음식에 대한 항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통해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경우에도 실제로 음식에 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반대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더라도 음식을 먹었을 때 아토피피부염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실제 음식물은 소화 과정을 거치므로 그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가장 정확한 음식 과민반응 검사는 음식유발검사를 통해 직접 먹어보는 것이다. 이러한 검사 방법의 경우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침 공복 상태에서 원인으로 의심되는 음식물을 섭취한 뒤 피부 반응을 살펴보며, 만약 반응이 없다면 다음 날 한 번 더 시행해 볼 수 있다. 최대 48시간까지 늦게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늦게 나타나는 반응도 확인해 봐야 한다.

음식 과민반응 검사 중 ‘이중 맹검 유발 검사’는 특수 제작된 캡슐을 이용해 환자에게 진짜 음식과 가짜 음식 성분을 섭취하게 해서 반응을 보는 검사로, 가장 정확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흔히 시행하지 않는다. ‘경구 개방 유발 검사’는 환자 본인이 먹는 음식을 알고 섭취하므로 가짜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으나 쉽게 시행할 수 있어 많이 쓰이고 있다.

박 교수는 “무턱대고 음식 유발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며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본인의 경험과 특정 음식 알레르기에 대한 검사를 통해 음식 과민반응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입원 상태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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