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또는 치과치료 뒤 위험 심내막염 처음부터 수술 고려해야

감기 또는 치과치료 뒤 위험 심내막염 처음부터 수술 고려해야

기사승인 2011-11-17 16:05:01
[쿠키 생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았던 김모(22·남) 씨는 잇몸질환으로 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받은 후 온 몸에 고열이 지속되고 오한과 발한을 느꼈다.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지만 약을 먹어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급기야 정신을 잃고 응급실로 후송됐다.

응급 검사 결과 김씨의 병은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률이 100%까지 높아지며, 치료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동반하는 ‘심내막염’에 걸린 것으로 판정됐다. 잇몸 치료 도중 발생한 세균이 혈액으로 들어가 심장판막에 달라붙었고 혈액과 함께 세균덩어리를 형성한 것이다.

심내막염은 혈관을 따라 돌던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적절히 제거되지 못하고 손상된 심장에 달라붙어 감염을 일으켜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장 판막에 쉽게 염증을 일으켜 세균 덩어리와 혈전(핏덩어리)을 형성하고 심부전, 색전증 등을 유발해 높은 사망률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혈전(핏덩어리)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색전증은 특정 장기의 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비롯한 심근경색증, 대동맥류 등을 발생시키며, 심내막염으로 인한 가장 큰 사망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래서 조기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더 더욱 중요한 심내막염 환자를 수술해야 할 경우 언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국내 의료진이 새로이 정립, 국내외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은 17일(한국 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국제 학술대회에서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팀이 임상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심내막염 환자 치료 시 ‘일단 항생제 투여와 증상 치료 우선 원칙’을 ‘첫 진단 후 48시간 안에 조기에 수술을 해야 한다’로 바꿀 것을 제안해 큰 관심을 끌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심내막염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4주 내외의 항생제 주사를 통해 원인이 되는 세균을 제거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 조기 수술은 감염된 심장조직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 교수팀은 치명률이 높은 심내막염 환자의 치료율을 높이려면 이 같은 인식을 바꾸고 조기수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강 교수팀은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진료를 받은 심내막염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치료 후 환자의 상태를 조사했다. 이 중 37명은 강 교수팀의 새로운 치료법대로 48시간 안에 조기수술을 하였고, 나머지 39명은 기존처럼 항생제 투여 후 상황에 따라 수술을 했다.

그 결과 조기에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은 37명 중 1명으로 2.7%에 불과했지만, 표준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39명 중 11명에게 뇌경색, 동맥협착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28.2%의 높은 합병증 발병률을 보였다.

특히 조기수술의 경우 뇌손상을 유발해 신경마비와 언어장애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뇌졸중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나, 기존 치료 지침대로 시행한 환자 그룹에서는 5명의 환자에게서 뇌경색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교수는 “4주 내외로 항생제를 맞고 세균을 조절하는 동안 오히려 판막 기능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혈전이 혈액을 돌아다니며 혈관을 막는 색전증으로 인해 뇌경색증 등 다양한 혈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색전증의 65%가 뇌혈관을 침범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심내막염 환자의 20∼40%에서 뇌경색으로 인한 사망 및 장애가 동반되므로, 최선의 치료를 위해서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세균이 혈액 속으로 유입될 수 있으나 대부분 곧바로 제거돼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심장 판막에 이상이 있는 경우 세균이 쉽게 달라붙어 심내막염을 유발한다”며 “심내막염을 감기와 혼동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심장판막증이 있는 환자들은 7일 이상 치료해도 고열, 오한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심내막염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