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늦은 아이, 청력검사 해보세요

말하기 늦은 아이, 청력검사 해보세요

기사승인 2011-11-21 18:31:01
[쿠키 생활] 아이가 말을 배울 시기에 유난히 말이 늦다면 부모는 혹시나 발달장애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한번쯤은 하게 된다. 하지만 말이 늦는 원인이 뇌가 아니라 귀에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중이염을 자주 앓는 아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중이염이 자주 재발할 경우 만성 중이염으로 발전하기 쉬운데 이 경우 청력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

난청으로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면 언어를 배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유아기 때의 난청은 언어발달은 물론, 적절한 소리 자극을 받지 못해 지능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말이 늦다면 난청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귀클리닉 김희남 박사의 도움말로 소아난청에 대해 알아본다.

◆큰 소리에 반응 없고 TV 볼륨 키우면 청력 이상 의심=아이가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거나 TV 볼륨을 지나치게 크게 키운다면 먼저 청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또래보다 6∼7개월 이상 언어 습득이 늦고 말을 하는 대신 소리를 질러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나 큰 소리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표현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난청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평소 아이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한창 배울 시기인 유아기 때 소리에 대한 반응이 없거나 언어구사 능력이 또래에 비해 떨어질 경우 청력검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 언어발달이 완성되기 전에 난청이 발생하면 언어를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난청으로 인해 정확한 단어를 듣지 못해 언어발달이 지연되기 때문. 보통 생후 6개월부터 3세까지가 지적능력 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이 시기에 소리 자극이 되어야 뇌에서 소리를 듣는 영역이 발달을 하게 되고 이해를 하는 과정을 거쳐 말을 배우게 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언어발달이 저하될 수 있다.

◆감기 후 나타나는 삼출성중이염이 소아난청의 가장 큰 원인=소아난청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중이염이다. 중이염은 귓속의 중이(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감기에 걸렸다가 후유증으로 앓는 경우도 많다.

감기 후에 발생하기 쉬운 삼출성 중이염은 통증이나 발열 등의 증상이 없어 병을 알아채기 어렵다. 이 경우 고막 안에 염증성 액체가 고여 있어 통증은 없어도 이충만감이 나타나고 청력을 떨어뜨린다. 보통 소리는 고막에서 응집되어 중이를 거쳐 달팽이관으로 전달되는데, 중이가 액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소리 전달의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삼출성 중이염은 최소 3개월 간 정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3개월간의 관찰 기간 동안 중이염이 사라지면 문제가 없고 3개월 이후에도 중이염이 지속되거나 고막 구조가 변하거나 20㏈ 이상 청력저하가 발견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수술은 고막 내 환기관 삽입술로 고막에 작은 튜브를 삽입해 중이에 환기가 잘 되도록 해주는 시술이다. 별도의 피부 절개 없이 고막에 환기관을 삽입하는 시술로 10분 정도 걸린다. 부분 마취로도 시술이 가능하지만 소아의 경우 협조가 어려울 때는 전신마취를 하기도 한다.

환기관 삽입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은 거의 없다. 다만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환기관은 6개월에서 1년이면 저절로 빠져 나오는데, 이 때 중이염이 나았다면 별다른 추가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중이염 자주 앓을 경우 정기적으로 청력검사 받아야=중이염이 자주 재발하는 경우라면 만성 중이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성 중이염은 귀에서 고름이 나오고 심한 경우에는 안면마비, 어지럼증, 청력 손실 등이 나타난다. 드물게는 염증이 머리 안쪽으로 퍼져 뇌수막염 같은 무서운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중이염을 자주 앓는다면 정기적으로 청력검사를 받고 청력에 이상은 없는지 항상 체크해야 한다.

청력검사는 청력 손실의 유무, 정도, 형태와 발병의 원인을 알아볼 수 있는 효과적인 검사로 순음청력검사, 임피던스 청력 검사 등을 시행한다. 순음청력검사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청력검사로 난청의 정도와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단, 5세 이하에서는 검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임피던스 청력 검사는 중이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규명하는 검사로 특히 소아의 삼출성 중이염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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