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조광래(57·사진)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두 번 울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일방적 해임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해외파 선수들로부터 받은 위로 문자 메시지 공개 과정도 오해를 불러오면서 여론의 역풍까지 맞았다.
12일 조 전 감독의 지인에 따르면 기성용(22·셀틱)은 최근 조 전 감독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 기성용은 “어이없고 화납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모든 일들(대표팀 감독 경질)이 일어났다는 게 너무 허무합니다. 그동안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는데 이렇게 떠나시다니…. 많은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걱정합니다. 모든 책임을 감독님이 져야한다는 게 더 죄송스럽습니다. 선수들이 더 잘했어야 했습니다. 감독님의 책임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대표팀 맏형 차두리(31·셀틱) 등 해외파 선수들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조 전 감독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의 비민주적 사령탑 경질 과정에 대한 선수들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자 여론은 뜨겁게 반응했다.
그러나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조 전 감독이 동정을 받기 위해 고의적으로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네티즌들은 “동정심으로 언론 플레이(여론 몰이)를 하려는 것인가. 이런다고 떠난 버스가 돌아오지 않는다”거나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선수)의 사생활까지 공개해야만 했는가”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이에 대해 조 전 감독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공개할 리 없지 않느냐.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 경질 사태에 따른) 답답한 마음을 지인에게 하소연하다 기성용 등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 선수들이 내 마음까지 헤아려준 게 기특하면서도 미안했다”며 “지인이 문자 메시지 내용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지인은 현재 교육계에 몸담은 축구계 유명인사다. 조 전 감독은 문자 메시지 공개를 만류하기 위해 이날 아침까지 지인에게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의에 빠진 조 전 감독에게 선수들의 작은 위로는 큰 힘을 불어넣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로 번지며 시름만 더한 셈이 됐다.
조 전 감독은 “비록 오해를 낳기는 했지만 축구계 관계자들이 선수들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면서 “대표팀이 보완해야할 점에 대한 기술위원회 등 협회의 조언이 없는 상황에서 감독을 일방적으로 해임하는 과정은 한국 축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