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국민배우 안성기도 집에선 ‘청소당번’

[쿠키人터뷰] 국민배우 안성기도 집에선 ‘청소당번’

기사승인 2012-01-13 10:11:01

"[쿠키 영화] 배우 안성기를 생각하면 부드러운 이미지와 미소, 깊고 울림 있는 목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 경력 55년차인 그는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안성기화’ 시켰다. 하지만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는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그는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인물이 미화될 경우 영화의 주제가 틀어질 것을 우려해 평소의 유한 이미지와 습관, 개성 등을 최대한 제거한 채 김경호 교수라는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김 교수는 법에 당하면서도 ‘법은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또 수학자답게 ‘법은 수학하고 같다. 문제가 정확하면 답도 정확하다’라는 지론을 펼친다. 이런 캐릭터는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로 작용한다.

‘부러진 화살’은 동명의 르포소설을 바탕으로 5년 전 벌어진 석궁 테러사건을 다룬다. 대학 입시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 해고당한 김경호 교수(안성기)는 담당판사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한다. 복부 2cm의 자상과 부러진 화살을 수거했다는 증언이 나오며 사법부는 김경호의 행위를 테러로 규정해 엄중 처벌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활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변호사 박준(박원상)과 치열한 법정 싸움을 이어간다.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배우 안성기를 만났다. 이 작품을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성배우가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역일 것 같아 정지영 감독이 대본 주는 것조차 망설였다고 하더라. 대본을 받았는데 얇고 정리가 상당히 잘 돼 있었다. 내용 자체도 아주 재밌었고 영화로써의 가치가 있을 것 같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영화는 법정 싸움을 다루다 보니 법률 용어를 비롯해 다양한 사전지식을 요한다. 이런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진짜 혼났다. 너무너무 혼났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998년 제작된 강우석 감독의 영화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변호사 역을 맡은 적 있다. 어려운 대사 탓에 그 영화가 끝나고 다시는 법정영화를 안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피고 역인데 변호사를 제치는 피고라서 어려운 대사들이 역시나 부담으로 다가왔다. 법정에서 이뤄지는 장면들은 노트를 사서 밑줄 그어가며 공부했다. 대사는 연극하듯 매일같이 외웠다.”



영화는 법조계의 문제점을 꼬집는다는 점에서 영화 ‘도가니’와 닮아있다. 제2의 ‘도가니’라고도 불리며 주목받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개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영화 상영 전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잘 모르겠다. 영화 제작사 측에서도 ‘어떻게 될까’라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을 떠나 ‘부러진 화살’은 영화적으로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다. 완성도가 높고 예술적 가치가 있기에 누가 뭐라고 해도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왜 이렇게 부담스러운 것을 했냐고 묻기도 하는데 어떤 의도를 갖고 영화를 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했다면 부담이 됐겠지만 영화 자체만을 바라봤다.”

영화는 각종 시사회를 통해 선 공개된 후 호평받고 있다. 지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상영 후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아 감독과 주연배우들 모두 당황할 정도였다. 그는 “10년 넘게 부산영화제에 참석했지만 이런 경우은 처음”이었다며 “‘사람을 동원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내와 함께 영화를 봤는데, 보고 나서 ‘지금껏 한 영화 중 손에 꼽히는 수작’이라고 하더라. 좋게 평가해주는 것 같아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예전에 그렇게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웃음).”



영화 속 김 교수는 외골수에 본의 아니게 아내를 고생시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실제 안성기는 어떤 모습일까. 매일 아침 향 좋은 커피를 선사할 것 같은 이미지의 그는 실제 집안의 청소를 도맡아 하는 자상한 남편이었다.

“아내가 내조를 정말 잘한다. 예전에는 조각을 했지만 현재는 본인이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내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고 주부로서 정말 잘하고 있다. 거기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집안 청소는 내가 다 한다. 정말 죽을 맛이긴 한데 운동도 되고 나름의 재미가 있어 즐기는 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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