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와 있으니 모든 일들이 저절로 풀렸어요”(글렌 한사드)
“저는 바로 사랑에 빠졌어요. 정신 나간 것 같지만 정말 그랬어요” (마르게타 이글로바)
[쿠키 영화] 영화에서 만나 영화 같은 사랑을 이룬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 동화처럼 아름답고 영원할 것만 같던 그들의 사랑도 결국 이별과 마주했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원스 어게인’은 2007년 개봉한 ‘원스’ 이후의 이야기를 담는다. 두 사람은 ‘원스’에서 만나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했으며 듀엣 스웰시즌으로 활동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또 제80회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두 사람은 부와 인기, 사랑 모든 것을 한순간에 얻었지만 영화는 이들의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가슴 아픈 이야기를 묵묵히 바라본다.
영화는 무대 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과 마르게타가 글렌의 머리를 잘라주는 모습, 나체로 바닷가에 뛰어드는 행복한 연인의 모습 등 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던 두 사람은 월드투어를 시작하며 조금씩 어긋난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돼 팬들에게 둘러싸인 마르게타는 “몸을 파는 기분”이라며 인상을 찌푸리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런 마르게타가 못마땅한 글렌은 팬들의 마음을 고맙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하지만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조금씩 삐걱 거리던 관계는 체코 텔치의 노천카페에서 극에 치닫는다. 사소한 말다툼을 시작으로 그간 쌓아두었던 감정을 훅 터트린 이들은 결국 이별을 택한다. 그렇게 영화 같던 두 사람의 관계는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둘의 사랑 이야기를 담으려했던 영화는 결국 둘의 이별 이야기를 담게 된 셈이다.
‘원스 어게인’은 영화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렇다 할 에피소드나 갈등 구조가 없어 다소 지루하고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한 커플의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담담히 바라보며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원스 어게인’ 만의 매력이다.
이에 더해 흑백으로 펼쳐지는 영상과 영화 곳곳에 배치된 감미로운 음악들은 영화의 몰입을 돕고 감동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원스’에 비해 많은 노래를 들을 수 없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는 3명의 감독(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크리스 답킨스, 닉 어거스트페르나)이 연출을 맡았으며 15세 이상 관람가다. 상영시간은 91분.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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