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인터뷰] 신하균표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다

[Ki-Z 인터뷰] 신하균표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다

기사승인 2012-01-28 13:03:00

[쿠키 연예] 8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인 만큼 어느 정도의 도전 의식은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2011년 연기대상을 수상할 것이라 쉽게 예상하지는 못했다. 2003년 드라마 ‘좋은 사람’ 이후 최근 KBS 메디컬 드라마 ‘브레인’에서 오랜 만에 시청자들을 만난 신하균은 연기대상 수상뿐 아니라 스크린에서 펼쳐 보인 개성 넘치는 연기가 브라운관에서도 통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만 하다.

인터뷰를 위한 만난 신하균은 “아직도 연기대상을 수상한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해맑게 웃어보였지만 이내 “뭐 계획 같을 걸 딱히 갖고 있지는 않아요”라든가 “취미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술 마시는 게 전부”라며 시니컬한 인생관을 늘어놓기도 했다. 다소 무심해 보이는 성격은 지극히 ‘브레인’의 이강훈 모습과 닮아 있지만, 연기대상에 관한 이야기와 ‘하균앓이’와 ‘하균신’ 같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에서 만큼은 순박하고 환한 웃음을 아까지 않았다.

신하균은 ‘브레인’에서 국내 최고의 명문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유일무이 실력을 가진 2년차 신경외과 전임의 이강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명감 때문이 아닌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의사란 직업을 택한 인물로,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갈등을 딛고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초반에는 여느 의학드라마와 다르지 않은 평범함으로 치부됐지만 갈수록 신하균의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연기에 시청자들이 열광했고, 2011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비롯 5관왕을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를 마쳤다는 실감이 아직 나지 않아요. 더 이상 대본 안 외워도 되니까 좋긴 한데, 아쉬운 부분도 있고 정들었던 분들 헤어져서 섭섭하기도 하네요. 현장에서 워낙 팀워크가 좋아서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 어려운 용어 많은 의학 드라마였던 만큼 대본을 외우는 스트레스는 여느 때보다 컸다. 연기 인생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을 정도다. 잠을 잘 자지 못했고, 스트레스로 인해 체중이 저절로 감량됐다. 무턱대고 외우는 것은 가능했지만, 입에 붙지 않는 느낌 때문에 연기할 때 방해가 되기도 했다.

강렬했던 이강훈이라는 캐릭터를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그는 “이강훈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참 불쌍하고 연민의 감정이 들더라”라며 “대중들에게 그걸 어떻게 느끼게 해줄까 고민했고, 보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전화 받는 장면이라든가 가운 입는 장면, 걷는 모습까지 다소 장난스럽게 연기했는데 오히려 그런 면이 큰 호응을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브레인’은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이야기였죠. 만약 이강훈이 개과천선해서 착해지면 내용이었다면 출연에 고민을 했을 텐데 주저 없이 선택한 이유는 사람의 욕망이라는 건 끝이 없다는 이야기를 이끌고 갔다는 점이에요. 어릴 적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끝까지 갈 것이라는 작가 이야기에 신뢰가 갔죠.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끝까지 변하지 않는 사람, 그 자체가 매력적이었어요.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여서 많이 사랑받지 않았나 싶어요.”

이강우가 아닌 배우 신하균의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워낙 일반적인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서 트라우마 같은 건 전혀 없다”라며 “콤플렉스야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딱히 없는 것 같다.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이라는 성격이 배우로서 콤플렉스라면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을 수는 있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말이 많지 않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그는 관찰과 상상을 많이 할 수 있었다”며 “말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며 어린 시절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작 영화 ‘고지전’을 비롯, ‘박쥐’와 ‘웰컴투 동막골’, ‘지구를 지켜라’ 등 수많은 영화에서 개성강한 연기를 보여 왔던 신하균은 그간 드라마와 영화의 구분을 분명히 두지는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일부러 영화에만 매진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는 안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다만 영화 스케쥴이 계속 있어서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우연히 쉬는 동안 ‘브레인’을 만나게 돼 재미있는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의사라는 직업의 화려함을 담은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욕망을 통해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이 ‘브레인’의 큰 매력이었지만, 기획 단계에서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 번복 문제가 일어나 촬영 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사실 크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비일비재한 일이거든요”라며 ‘쿨’하게 답했다.

‘브레인’은 의학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현실 사회와 인생 이야기를 다뤘다. 트라우마를 가진 환자이자 의사인 주인공들은 그래서 더욱 ‘병’이라는 것에 처절하게 접근했고 치열한 약육강식과 다양한 희로애락의 삶을 그대로 반영했다.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고 감동과 깨달음을 안겼다. 주인공들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깨달음과 화해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인물, 그래서 서로에게 가르침을 주고받으며 공감하고 이해하는 관계로 그려졌다.

극중 상대 배역인 최정원과의 러브신도 특별했다. 그는 “그런 달달한 신들을 언제 해보겠나”라며 “이강우스럽게 표현이 돼서 다 기억에 남지만 노래 부르는 장면은,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드라마의 성공을 가장 기뻐한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그는 “제가 출연했던 영화들이 어르신들이 보기엔 난해한 면이 많았다. 그런데 드라마라니까 좋아하시더라”라고 말했다.

‘하균신(神)’, ‘하균앓이’ 신드롬을 일으킨 신하균은 이에 대한 질문에 쑥스러워하듯 웃으면서도 기쁜 마음을 숨기지는 않았다.

“부끄러워요. 처음에는 장난하는 줄 알았죠. 민망하고…. 워낙 촬영이 바빠서 웹상에서 반응을 잘은 몰랐어요. 주위에서 알려주고, 스마트폰으로 보여주고 하니까 알게 됐었죠. 시상식 때 네티즌상을 받았을 때 대상보다 기분 좋았어요. 시청자들이 일일이 투표하는 거니까. 팬들이 현장에 맛있는 음식을 싸가지고 오셨을 때도 너무 고맙더라고요.”

신하균은 ‘브레인’을 통해 ‘신하균표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이러한 열기를 계속 이어갈 계획은 없을까.

“제가 큰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라서요. 차기작이 영화가 될지 드라마가 될지 저도 아직은 모르겠지만, 지금 천천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강훈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날지 아님 비슷한 캐릭터를 만날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박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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