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부러진 화살’이 흥행에 명중하며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작품의 배경이 된 사건의 진위를 놓고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5년 전 벌어진 석궁테러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남부군’ ‘하얀 전쟁’ 등 영화 속에 통렬한 사회 메시지를 담아 온 정지영 감독의 ‘13년 만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사법부의 부조리함을 꼬집는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또 저예산 영화다 보니 충분히 홍보하지 못하는 점, ‘퐁당퐁당’(한 스크린에서 영화를 교차 상영하는 것을 말하는 영화계 은어) 상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공존했다.
이에 배급사 측은 각종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개봉일보다 훨씬 일찍 공개해 언론의 평가와 관객들의 입소문에 의지했다. 실제로 영화는 SNS를 통해 호평 받았고 뚜껑이 열리며 무서운 속도로 흥행 질주에 나섰다.
그 결과 총 제작비 5억 원의 저예산 영화인 ‘부러진 화살’은 이미 오래전 손익분기점인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18일 개봉 이후 8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했고 9일째에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4일만인 31일에는 2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놓고 논란과 진통을 겪고 있다. 영화 개봉 전인 11일, 대법원은 각 법원에 이 사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전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사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자 대법원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러진 화살’은 흥행을 염두하고 만든 허구임에도 사법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1심에서 이뤄진 각종 증거조사 결과를 외면한 채 항소심의 특정 국면만 부각해 사실을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지영 감독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람들이 마치 내가 김 교수의 편에서 영화를 만든 것 아니냐 하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라는 것은 도둑이 주인공이 되면 도둑에게 감정 이입이 된다. 주인공이 안성기(김 교수)이다 보니 안성기에게 몰입돼 그가 재판부를 공격할 때 통쾌함을 느끼는 것이지 절대 김 교수 편에서 그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김 교수 편에서 그렸다면 그를 더 순화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김 교수는 얄미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 박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거북한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 김 교수가 주인공이 된 것이고 재미를 더하기 위해 박 변호사를 붙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만약 영화를 김 교수 편에서 그렸다면 그를 더 착하고 호감 가는 캐릭터로 그렸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캐릭터 연구를 통해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재미있게 그렸을 뿐이지 누구의 편을 든 것이 아니다. 단지 정지영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봤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부러진 화살’은 동명의 르포소설을 바탕으로 대학 입시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 해고당한 김경호 교수(안성기)의 이야기를 그린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는 담당판사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한다. 복부 2cm의 자상과 부러진 화살을 수거했다는 증언이 나오며 사법부는 김경호의 행위를 테러로 규정해 엄중 처벌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활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변호사 박준(박원상)과 함께 치열한 법정 싸움을 이어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