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스롤란 마이러브’ 소설 같은 사랑의 실화

[Ki-Z 작은 영화] ‘스롤란 마이러브’ 소설 같은 사랑의 실화

기사승인 2012-02-04 12:59:01

[쿠키 영화] 불치병에 걸린 여자와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남자. 로맨틱 영화의 단골 소재로 이미 식상해진지 오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캄보디아어로 ‘사랑해’라는 뜻을 담은 영화 ‘스롤란 마이 러브’는 에이즈에 걸린 캄보디아 여성과 독일 청년의 영화 같은 사랑을 실화에 근거해 만들었다. (에이즈에 걸린 여성과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국내 영화인 ‘너는 내 운명’(2005)과 닮은 구석이 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각자의 컴퓨터 앞에 마주한 벤(데이빗 크로스)과 스레이케오(아핀야 사쿨자로엔숙). 어두운 표정의 스레이케오는 벤에게 “에이즈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이다. 다음 생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나가버린다. 이후 이어지는 벤의 망연자실한 표정.

둘의 이야기는 이렇다. 캄보디아로 배낭여행을 떠난 벤은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스무 살 소녀 스레이케오를 만나고 하룻밤을 함께한 뒤 사랑에 빠진다. 벤은 여행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지만 둘의 사랑은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 날 스레이케오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안 벤은 다시 캄보디아를 찾아 그녀의 치료를 돕는다.

스레이케오에게 벤은 자신을 처음으로 병원에 데려다 준 사람이자 직장도 버리고 달려와 에이즈 약을 구해주는 소중한 남자다. 하지만 벤과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수는 없다.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너무나도 달라 많은 갈등에 부딪히고 에이즈에 걸린 사실은 커다란 장애물이다.

하지만 깊은 사랑에 빠진 벤은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스레이케오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다. 그의 친구들은 “로맨틱하거나, 완전 미쳤거나”라며 그를 말리지만 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와 끝까지 가겠다고 약속한다.

영화는 ‘사랑의 책임감’이나 ‘진정한 사랑’에 대해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멜로 영화 특유의 최루 요소도 지나침 없이 세련되고 담백하게 표현해냈다.

캄보디아와 독일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적 이질감을 몽환적인 영상으로 표현해 멋스러움을 더했다. 눈 내리는 무채색 느낌의 독일과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선명한 느낌의 캄보디아를 비교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영화에 삽입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영상과 어우러져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감미로운 클래식부터 귀에 익은 올드 팝. 또 절규하는 듯한 느낌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어우러져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데틀레프 벅 감독의 작품으로 제62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버라이어티 피아자 대상을 받았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국내개봉은 오는 2월 9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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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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