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흔히 2월을 극장가의 비수기라고 한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한국영화보다 외화를 많이 만날 수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 2월 극장가의 분위기는 다르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고 박스오피스 1위부터 5위까지를 우리 영화가 모두 휩쓸며 ‘한국영화 돌풍’이 불고 있다.
8일 오전에 집계된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박스오피스 톱5에 든 작품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부러진 화살’ ‘댄싱퀸’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이하 ‘점박이’) ‘파파’다.
이들 영화는 느와르(범죄와의 전쟁), 법정 드라마(부러진 화살), 애니메이션(점박이), 휴먼코미디(댄싱퀸)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대중의 사랑을 고루 받고있다.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가 아님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 특히 ‘부러진 화살’은 순 제작비 5억 원의 저예산 영화로 더욱 값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장기간 흥행 독주를 일으킨 외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과 ‘장화신은 고양이’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우리 영화들이 채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과 하정우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는 ‘범죄와의 전쟁’(감독 윤종빈, 제작 팔레트 픽처스)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으며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범죄와의 전쟁’은 1980년에서 90년까지 부산을 ‘접수’해 나가던 나쁜 놈들의 피보다 진한 의리와 배신을 그린다.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인 주먹 넘버원 최형배를 하정우가, 그의 조직을 등에 업고 부산의 넘버원이 되고자 하는 로비의 신 최익현을 최민식이 맡았다. 두 배우의 소름 돋는 연기와 남자들의 약육강식 세계를 엿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부러진 화살>
흥행에 명중하며 승승장구 중인 영화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 제작 아우라픽처스)이 지난 6일 2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손익 분기점인 50만의 5배가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
5년 전 벌어진 석궁 테러사건을 소재로 하는 이 영화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작품의 배경이 된 사건의 진위를 놓고 각종 논란에 휩싸이는 진통을 겪었다. 이에 정지영 감독은 “영화와 관련해 자신이 한 모든 발언에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부러진 화살’은 ‘남부군’ ‘하얀 전쟁’ 등 영화 속에 통렬한 사회 메시지를 담아온 정지영 감독이 13년 만에 제작한 영화다. 사법부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꼬집는다는 점에서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도가니’와 많이 닮았다.
<댄싱퀸>
엄정화와 황정민의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 ‘댄싱퀸’(감독 이석훈, 제작 JK필름)은 2012년에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먼저 25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현재 3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댄싱퀸’은 어쩌다 보니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정민(황정민)과 우연히 댄스가수가 될 기회를 잡은 왕년에 잘 나가던 신촌마돈나 정화(엄정화)가 부부로 등장해 극을 이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과 ‘오감도’(2009)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엄정화와 황정민의 실감 나는 부부 연기가 관객을 울고 웃게 한다. 엄정화의 노래와 화려한 춤 솜씨도 덤으로 볼 수 있어 눈과 귀가 즐겁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애니메이션 영화 ‘점박이’(감독 한상호, 제작 드림써치 C&C)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토종 애니메이션인 ‘점박이’는 개봉 첫 주말에만 2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한국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역사를 쓴 ‘마당을 나온 암탉’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은 100% 독자적인 국내 기술로 완성한 3D 애니메이션이다. 8000만 년 전 공룡시대를 배경으로 백악기 마지막 제왕 타르보사우루스 점박이가 티라노사우루스인 애꾸눈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대결을 그린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고있다.
<파파>
다문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파파’(감독 한지승, 제작 상상필름)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톱5에 이름을 올렸다. 박용우의 능청맞은 연기와 지금껏 보지 못한 고아라의 춤, 노래, 영어실력 등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는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선사한다.
‘파파’는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한 6남매와 도망간 톱스타를 찾다 불법체류자가 된 매니저 춘섭(박용우)이 가족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6남매 중 첫째인 준 역을 맡은 고아라는 스타의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오디션만 쫓아다녔던 엄마에 대한 기억으로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