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굶주림에 지친 어린 소녀가 쓰러져 있고 그 뒤를 독수리 한 마리가 쫓는다.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라는 사진이다. 케빈 카터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대중은 그에게 사진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했다. 사진을 찍은 후 소녀에게 인도적 조치가 취해졌는지, 사진기자이기 전 한 인간으로서 소녀를 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았는지 등의 비난을 가했다.
이 사진으로 수단의 기아현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고, 구호의 손길이 이어졌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케빈 카터는 자살을 택했다. 영화는 이 사건에서 출발한다.
‘뱅뱅 클럽’은 케빈 카터(테일러 키취), 그렉 마리노비치(라이언 필립), 켄 오스터브룩(프랭크 라우텐바흐), 주앙실바(닐스 반 자스벨드)의 네 사진기자 이야기를 실화에 근거해 담았다. 이들의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그들이 찍은 사진은 유명하다.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흑백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의 공포를 모르던 시기에도 아파르트헤이트의 무자비한 폭력은 이들의 사진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총알이 날아드는 거리에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 달렸고 눈앞에서 사람이 불타는 끔찍한 상황 앞에서도 묵묵히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심지어 동료가 죽어가는 순간에도 그들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비극적인 상황을 담아내며 깊은 고뇌와 갈등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사진 기자의 숙명이다. 글과 달리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케빈 카터의 인터뷰 장면을 통해 메시지를 던진다. “좋은 사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앵커의 질문에 그는 “질문이 생기게 하는 사진”이라고 답한다. 좋은 사진이란 무엇이며 사진 기자와 인간의 경계에서 겪는 딜레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네 명의 뱅뱅 클럽 멤버 중 케빈 카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켄 오스터블룩은 현장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나머지 두 사람 그렉 마리노비치와 주앙실바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뱅뱅 클럽: 숨겨진 전쟁에 대한 사진’을 냈고 영화는 이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스티븐 실버 감독의 작품이며 청소년 관람 불가다. 지난 2일 개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