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슈] 중간 투입·작은 배역이면 어때…빛나면 되지

[Ki-Z 이슈] 중간 투입·작은 배역이면 어때…빛나면 되지

기사승인 2012-02-18 11:31:00

[쿠키 연예] 최근 배우들이 자신의 유명세에 비해 작은 배역을 맡거나 중간 투입에도 개의치 않고 강한 존재감을 선보이고 있어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에는 카메오로 출연하거나 아역 배우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인기 배우가 중간에 투입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흐려지며 점점 드라마 중반에 중요한 인물로 출연하는 일이 늘고 있다. 배우 명성에 비해 작은 배역이지만, 오히려 빛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다른 주연배우들이 참여하는 포스터 촬영은 물론 제작발표회 등 공식적인 행사에 동참하지 못해 존재감을 잃기 쉽지만, 드라마 중간에 투입돼 의외로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하며 시청률 상승에 기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시청률이 저조한 경우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전략으로도 중간 투입이 각광받는 요즘이다.

황인영은 MBC 일일극 ‘오늘만 같아라’에 중간 투입됐다. 극중 춘복(김갑수)의 이복 동생인 장해준 역을 맡은 배우 김승수의 옛 연인으로 출연한다. 극중 김승수를 짝사랑하는 양진성과의 미묘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눈기를 끌고 있다. 황인영은 연출을 맡은 김대진 PD와의 인연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황인영은 채널A 드라마 ‘해피엔드’에 캐스팅돼 촬영이 한창이다.

배우 장영남은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1회에서 단 20분 출연을 했찌만 명품 연기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중 과거 녹영과 절친한 우정을 나눈, 뛰어난 신력(神力)의 소유자 아리 역을 연기한 장영남은 극중 대왕대비 윤씨(김영애)의 계략으로 사형을 당했다. 이 사형 장면에서 장영남은 양 손과 발을 소에 묶는 잔인한 거열형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해 화제를 모았었다.

걸그룹 소녀시대 제시카는 KBS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에서 이동욱의 옛 애인으로 등장해 여신미모와 눈부신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제시카는 남자 주인공 박무열(이동욱 분)이 잊지 못하는 첫사랑으로 등장, 유은재(이시영)와의 러브라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캐릭터. 제시카는 화려한 무대에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팬들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여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제시카는 터프하고 중성적인 매력을 어필해 온 은재와 무열을 두고 팽팽한 삼각관계를 그리며 드라마의 긴장감을 한층 높인다.

배우 윤희석은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뒤늦게 합류, 행동과 말투 등 모든 면에서 튀며 남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조선의 이단아이자 안하무인인 캐릭터 홍규태 역을 맡았다. 극중 여러가지 사건들의 실마리를 비밀리에 풀어 나가는 핵심 인물이다. 윤희석은 첫 등장부터 세자빈간택이 외척 세력의 유지를 위한 도구로 쓰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성균관 유생들을 동원, 권당에 앞장서는 연기를 펼쳐 개성 넘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또한 신예 박세영은 SBS 주말드라마 ‘내일이 오면’에 중간 투입됐다. 최근 5개월 동안 무려 5개의 광고에 등장하며 일약 ‘광고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박세영은 ‘내일이 오면’에서 서인호(최종환)의 딸인 서유진 역에 캐스팅돼, 유학생활 중 귀국해 일봉(이규한)과 알콩달콩 어설픈 러브라인을 이어가는 연기를 선보인다. 박세영은 드라마뿐 아니라 올해 스크린 데뷔도 앞두고 있다. 임창정, 최다니엘, 오달수 등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 ‘따이공’ 촬영에 한창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전예빈은 SBS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극중 고석빈(온주완)의 아내 조윤정 역을 맡아 8회부터 등장, 악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승효는 MBC ‘불굴의 며느리’에 중간 투입돼 연정(이하늬)과의 러브라인으로 10%대 초반의 시청률을 20%까지 끌어올렸다. 정석원 또한 KBS ‘오작교 형제들’에 능력 있는 영화 프로듀서 김제하 역으로 중간 투입, 백자은(유이)과 황태희(주원)와 삼각관계를 이루며 긴장감을 형성했다.

그러나 드라마 중간 투입은 배우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극중 사건 전개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기존의 캐릭터들은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을 때 드라마는 힘이 떨어져 중간에 투입된 이들에게 구원투수의 역할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자칫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하면 캐릭터가 등장한 이유와 목적을 전하지도 못한 채 ‘병풍’으로 끝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중간 투입이 매력적인 것은 기대 이상의 수확을 거두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지난 2009년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그 시초다. 배우 김남길은 ‘선덕여왕’에 중간 투입되며 ‘비밀병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김남길은 임팩트 있는 등장과 극의 흐름을 뒤바꾸는 역할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데뷔 이래 가장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과거에는 처음부터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주연이라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아 다들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르다”라며 “오히려 초반에 톱스타들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할 바에야 중간에 투입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는 분위기라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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